최원호 한화 이글스 감독은 지난달부터 '특타' 카드를 꺼냈다. 최근 한화 선수단은 대전 홈 경기를 마친 후 야간 특타(정규 훈련 시간 외 타격 훈련을 더 하는 일)를 진행하고 있다. 이는 원정 경기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원정 구장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어 다른 장소를 섭외해 경기 전 특타를 진행한다. 6~8일 서울 잠실에서 열리는 두산 베어스 3연전 동안에는 배명고등학교 운동장에서 특타 훈련을 진행한다.
최원호 감독은 6일 두산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당장의) 효과보다는 선수들이 훈련으로 자신감을 얻을 수 있고, 감을 잡을 수 있어 (특타를) 한다"며 "타격감이 좋지 않을 때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그들이 어디에서 그 감을 찾겠나. 주전은 실전을 통해 끌어올릴 수 있지만, 비주전은 훈련 말고 감을 잡을 기회가 없다"고 했다. 이어 "좋을 때는 체력적인 부분을 신경 써야 하겠지만, 안 좋을 때는 일단 좋은 감을 찾는 게 먼저"라고 덧붙였다. 시간과 장소에 여유가 있는 만큼 특타뿐 아니라 수비 훈련도 병행하고 있다.
한화 타자들이 지난달 24일 대전 KIA전을 마친 뒤 야간 특타를 하고 있는 모습. 최원호 감독과 코칭스태프가 지켜보고 있다. 대전=안희수 기자
한화는 앞서 2015~2016년에도 특타로 이슈를 만들었다. 당시 김성근 전 감독의 지도 아래 선수들이 경기 전후로 특타를 진행했다. 그때와 다른 건 경험이 부족한 어린 선수들에게 집중한다는 점이다.
비슷한 점도 있다. 최원호 감독은 '타율적 훈련'을 입에 담았다. 최 감독은 "어린 선수들은 (훈련을) 좀 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주전 선수들은 (경기를 치르느라) 몸이 지친다. (추가로) 나와서 훈련하라고 하면 누가 좋아하겠나"라며 "주전 선수들은 자율적으로 움직이지만 비주전, 특히 어린 선수들은 타율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최원호 감독은 "어린 선수들은 분위기에 많이 휩쓸린다. 훈련하는 분위기에선 으레 따라하지만, 안 하는 분위기로 가면 안 하게 된다"며 "퓨처스(2군)팀 감독을 맡았을 때도 25살 이하는 훈련을 의무적으로 시켰다.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 중요한 나이이기 때문이다. 루틴이 되도록 (기술) 훈련과 웨이트 트레이닝을 시켰다"고 했다. 그는 " 오전 7시 웨이트 트레이닝을 일괄적으로 하게 했다. 그러니 선수들이 일찍 자게 됐고, 아침 식사도 규칙적으로 하더라"고 소개했다.
최원호 감독은 "선수 시절 봉중근이 '미국은 좋게 말하면 자율이지만, 진짜 좋은 선수들이 방치돼 망가지는 경우가 매우 많았다'고 했다. 계약금 300만 달러가량을 받은 선수들은 특별 관리를 받는다. 반면 100만 달러 정도를 받고 입단한 선수들은 스케줄만 주고 알아서 하라고 했다더라"며 "중근이도 ‘선수들을 관리해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시즌 후 열릴 마무리 훈련도 강도 높게 진행할 계획이다. 최원호 감독은 "작년 박진만 삼성 감독이 한 것처럼 (강도 높은 훈련이 한화에도) 진짜 필요하다"고 했다.
2023 KBO리그 한화이글스와 두산베어스의 경기가 지난달 3일 오후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한화 수베로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잠실=정시종 기자 capa@edaily.co.kr
최원호 감독이 지옥 훈련을 강조하는 건 카를로스 수베로 전 감독이 내세웠던 '자율 야구'에 대한 전면 철회에 가깝다. 수베로 전 감독 체제에서 한화는 수비 불안, 타격 기복 등을 지적받은 바 있다. 다만 김성근 전 감독 등 카리스마를 갖춘 지도자들도 대부분 성과를 거두지 못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