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오너들이 앞다퉈 와인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해외 와이너리를 인수하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를 노리고 있다.
최근 와인에 가장 큰 관심을 드러내고 있는 오너가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다. 신세계는 지난해 미국 자회사 스타필드 프라퍼티스를 통해 캘리포니아 나파밸리의 와이너리 '쉐이퍼빈야드'를 인수했다. 이어 스택스 립 지구의 포도밭을 추가로 매입하는 등 3000억원을 들여 와이너리를 확보했다.
쉐이퍼 빈야드는 미국의 대표적 프리미엄 컬트 와인을 생산하는 와이너리다. 컬트 와인은 최상급 포도로 극소량 생산되는 고품질 와인으로 포도품종 중 주로 까베르네 쏘비뇽을 이용한다. 신세계는 쉐이퍼빈야드를 통해 차별화된 상품을 개발해 선보이는 등 와인 경쟁력을 강화해나가고 있다.
정용진 부회장은 지난 5월 스타필드 하남에 국내 최대 규모의 와인 전문매장인 와인클럽을 오픈하기도 했다. 소비자들이 체험할 수 있는 테이스팅존, 와인 강의 등 다양한 콘텐츠도 도입하며 차별성을 높이고 있다.
지난 3월 이마트24의 ‘딜리셔스 페스티벌’을 찾은 정 부회장은 텍스트북, 캐러멜 로드 등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좋은 와인을 추천하기도 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올해 중으로 국내외 와이너리를 인수한다는 방침이다. 신 회장은 지난해 프랑스 보르도 와이너리를 직접 방문해 적당한 장소를 물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은 국내에서 가장 먼저 와인 사업을 시작한 바 있다. 롯데는 국내 최장수 와인 브랜드 ‘마주앙’을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최근 신세계에 와인시장 주도권을 내줬지만 2021년에는 주류 전문매장 ‘보틀벙커’를 열어 반격에 나서고 있다.
신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롯데케키칼 상무가 보틀벙커를 직접 찾아 관심을 보일 정도로 와인사업에 다시 힘을 주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차별화를 위해 소믈리에를 영입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롯데백화점 소믈리에들이 큐레이션해 선보인 수백만원 이상의 고가 와인은 ‘완판 행진’을 벌이기도 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와인 매출은 10%, 1인당 구매 금액은 20% 신장했다”고 밝혔다.
한화그룹의 김동관 부회장도 와이너리를 갖고 있다. 김 부회장은 지난해 캘리포니아 나파밸리의 와이너리 세븐 스톤즈를 445억원에 인수했다. 이로 인해 한화는 신세계와 마찬가지로 최고급 컬트 와인을 확보했다. 한화의 프리미엄 리조트 사업과 백화점 사업 등과의 시너지를 겨냥한 인수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 맞물려 올해 한화는 삼남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전무의 주도로 와인 수입 및 유통사인 비노갤러리아를 이달 설립하기도 했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도 2019년 와인 전문 매장 '와인웍스'를 오픈했다. 지난해에는 와인 수입 및 유통사인 비노에이치를 설립하는 등 와인 카테고리를 확대하고 있다.
명용진 이마트 주류 바이어는 오너가의 와이너리 인수 움직임과 관련해 “대기업들의 식문화 사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와이너리를 마케팅 방편으로 활용해 고객을 오프라인(레스토랑, 호텔)으로 끌어내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와인 수입사들의 기존 유통 구조로는 깊이 있는 와인 소싱이 쉽지 않은데 현지 와이너리를 갖고 있으면 경쟁력 있는 상품·품질 확보는 물론이고 거기서 파생되는 네트워크도 적극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두용 기자 k2young@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