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숙이의 모든 게 공감됐어요. 저도 뒤늦게 방송 일을 시작한 만큼 정숙의 그 용감함이 와닿더라고요. 정숙이가 달리고 있는 길이, 지금의 저와 크게 다르지 않아요.”
“연기 구멍이 없다”는 호평 속 지난 4일 화려하게 막을 내린 JTBC 드라마 ‘닥터 차정숙’. 엄정화(차정숙), 김병철(서인호), 명세빈(최승희), 민우혁(로이킴) 등 탄탄한 배우들이 극을 이끌었지만, 이 중에서도 남다른 존재감을 드러낸 조연 배우가 있다. 바로 정숙의 유일한 친구 ‘백미희’ 역으로 활약한 배우 백주희다.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백주희는 ‘닥터 차정숙’의 종영 소감을 묻자 시청자의 입장에서 ‘닥터 차정숙’을 봤다며 “실제로도 너무 웃었다”고 전했다.
“엄정화 선배님이 연기를 너무 잘하시니까 잘 될 거라는 믿음은 있었어요. 또 본방송으로 1화, 2화를 보는데 너무 재밌는 거예요. 다들 연기를 너무 잘하시니까. 특히 3화에서 정숙의 ‘남편은 죽었어요’라는 대사에서 완전 뿜은 거 있죠.(웃음)”
백주희가 ‘닥터 차정숙’에 출연하게 된 계기는 간단했다. 바로 엄정화가 출연했다는 사실 하나 때문이었다. 평소 엄정화의 열성팬이었다고 밝힌 백주희는 그의 연기력을 극찬하며 팬심을 드러냈다.
“정화 언니 연기는 정말 장난이 아니에요. 너무 몰입해서 눈물을 꾹 참은 적도 많아요. 언니는 촬영장에서도 NG가 나면 항상 ‘죄송해요’ ‘한 번만 더 할게요’라며 모두에게 미안해해요. 언니는 어떻게 저 위치에서 저렇게 겸손하고 남을 배려할 수 있을까? 감탄했죠.”
또 그는 엄정화가 가수로서 활약하고 있는 tvN ‘댄스가수 유랑단’도 보고 있다며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지, 너무 섹시하다. 현장에서는 정말 참한데 무대에서는 카리스마가 넘친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차정숙과 백미희의 의리는 ‘닥터 차정숙’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였다. 함께 의사를 꿈꿨지만 차정숙은 20년 동안 전업주부로, 백미희는 본인의 병원을 개원한 피부과 의사로서 각각 다른 길을 걸어갔다. 완전히 다른 삶을 사는 두 사람임에도 서로의 결핍을 보완하고 다독이며 진한 ‘워맨스’를 자랑했다. 정숙이 남편 인호의 불륜 사실을 알고 힘들어 할 때도 미희는 가장 먼저 정숙을 안아준다. 그는 실제 자신이 미희였다면 정숙에게 어떤 조언을 해줄 것 같냐는 말에 “당장 이혼하라고 했을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저는 실제로 연애 상담을 자주 해줘요. 그럴 때마다 항상 해주는 말은 ‘해주고 싶은 만큼 더 해주고, 좋아할 만큼 좋아하고 그때 떠나라’는 말이에요. 후회 없이 버틸 때까지 버틴 다음에 떠나야 미련이 없으니까요.”
방송 초 미희는 우연히 마주친 엄정화의 주치의 로이킴에 호감을 느낀다. 하지만 호이킴이 정숙에게 마음이 있다는 걸 눈치채고 바로 마음을 접는 진짜 의리를 보여준다. 백주희는 “내 친구를 좋아하는 남자랑 잘될 수는 없다”며 로이킴과의 러브라인을 단칼에 끊어냈다. 동시에 민우혁에 대해서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민우혁씨와는 ‘젊음의 행진’이라는 작품에서 만난 적이 있어요. 거기서도 잘생긴 교생 선생님으로 나왔는데, 그때도 지금도 여전히 잘생겼더라고요? 이렇게 한 작품에서 만나니 반가웠죠.”
2000년 뮤지컬 ‘캣츠’로 데뷔한 백주희는 19년의 경력을 자랑한다. ‘몬테크리스토’,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그리스’, ‘시티 오브 엔젤’ 등 굵직한 뮤지컬에 출연했으며, 연극 무대에도 꾸준히 섰다. 그런 그가 본격적으로 드라마에 도전한 것은 2018년 tvN ‘무법 변호사’ 때다. 그는 갑자기 드라마에 도전하게 된 이유를 묻자 “연기에 갈증을 느껴서였다”고 답했다.
“뮤지컬은 제 꿈이었고, 19년을 했으니 꿈을 거의 이룬거나 다름없죠. 그런데도 갈증이 나더라고요. 공연만 10년 넘게 했으니 안 해본 게 거의 없는데, 더 디테일하게 드라마나 영화를 하고 싶었어요. 그만큼 고민도 더 많아졌지만요.”
백주희에게 ‘닥터 차정숙’은 2가지 선물을 안겨줬다. 첫 번째는 엄정화와의 만남, 두 번째는 ‘닥터 차정숙’ 작품 그 자체였다. 그는 정숙의 마지막 길을 지켜온 시청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전했다.
“절대 늦지 않았으니, 하고 싶은 일을 시작하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저도, 정숙도 모두 시작하는 데에 오래 걸렸으니까요. ‘여러분도 꼭 시작하세요!’라는 그 말이 저에게도 정말 필요했던 말인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