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업’을 이룬 펩 과르디올라(52) 맨체스터 시티 감독의 발언에는 무수한 감정이 담겨있었다. 무엇보다 ‘안도감’이 커 보였다.
맨시티는 11일(한국시간) 튀르키예 이스탄불의 아타튀르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23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결승전에서 인터 밀란(이탈리아)을 1-0으로 이기고 ‘트레블(리그·FA컵·UCL 우승)’을 달성했다.
영국 스카이 스포츠에 따르면, 과르디올라 감독은 “이 우승 트로피는 정말 따기 어렵다. 인터 밀란이 정말 좋은 팀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면서도 “올 시즌은 우리에게 기회가 주어졌고, 해냈다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2016년 7월 맨시티 지휘봉을 잡은 과르디올라 감독은 자기 축구를 이식했다. 특유의 강한 압박과 짧은 패스, 유기적인 움직임을 활용한 플레이 등 맨시티는 서서히 변모했다. 성적도 잡았다. 맨시티는 2017~18시즌부터 최근 6시즌 동안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트로피만 다섯 차례 들어 올렸다.
그러나 UCL 제패는 늘 과제로 남았다. 매번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지만, 번번이 토너먼트에서 고배를 들었다. 맨시티의 UCL 우승 경험이 없다는 점, 과르디올라 감독의 ‘오버 띵킹(Over Thinking)’이 문제로 지적됐다.
올 시즌은 달랐다. 시즌 초반부터 맹렬한 기세를 뽐낸 맨시티는 불안한 모습 없이 유럽 정상에 올랐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EPL 우승의 기세가 FA컵 제패로 이어졌고 여기서 마무리됐다”면서 “이 대회에서 우승하고 트레블을 달성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렇기에 오늘은 방법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해내는 것이 중요했다”고 말했다.
꿈에 그리던 빅이어를 품었고, 역사적인 팀으로 평가받는 1999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후 EPL 팀 최초 ‘트레블’을 달성했다. 동기부여를 잃을 만도 하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UCL (우승) 한 번으로 사라지는 건 원치 않는다. 우리는 더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 UCL에서 우승하고 사라지는 팀들이 있는데, 우리는 그런 일은 피해야 한다. 나를 알기에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구단이 이 트로피를 차지하면서 큰 안도감이 생겼다. 이제 사람들은 내게 UCL 우승 여부를 묻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세계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한 리그에서 6년간 5회의 우승을 차지했다. 38경기가 치러지는 리그 특성상 꾸준히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다. 선수단 관리 역시 쉽지 않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그간 UCL 제패에 실패하면서 EPL 우승 등을 이뤄도 박한 평가를 받았다.
그는 “EPL 5회 우승도 대단한 일이지만, 사람들은 매 시즌 트레블을 달성해야 완전하다고 말한다. 나는 잘하지만, 매 시즌 트레블을 달성하기에는 부족하다. UCL은 너무 힘들다. 레알 마드리드는 해마다 우승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사람들은 EPL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생각한다. 이제 우리는 EPL 5회 우승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을 수 있다”며 “지난 여섯 시즌 동안 우리가 해낸 일은 믿을 수 없다. UCL뿐만 아니라 수많은 타이틀을 획득했다”고 자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