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공격수’ 홀란이 맨체스터 시티(맨시티) 이적 첫 시즌 만에 유럽 트레블(3관왕)의 주역이 됐다. 이번 시즌 기록은 53경기에서 무려 52골 9도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득점왕 타이틀까지 모두 품었다. 맨시티의 창단 첫 트레블을 이끈 ‘2000년생’ 주역으로 구단과 유럽 축구 역사에 이름을 새겼다.
그는 11일(한국시간) ‘마지막 퍼즐’을 채웠다. 튀르키예 이스탄불의 아타튀르크 스타디움에서 열린 인터 밀란(이탈리아)과의 2022~23 UCL 결승전에 선발 풀타임 출전했다. 상대의 집요한 견제 속에 UCL 결승 무대에서 골을 터뜨리진 못했다. 그러나 팀 동료 로드리의 결승골로 팀이 1-0으로 승리하면서 빅이어(UCL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이번 우승으로 맨시티는 창단 첫 UCL 우승이자 유럽 구단 역대 8번째 트레블 대업을 달성했다. EPL 구단으로는 역대 2번째이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후 24년 만이다. 최근 6시즌 가운데 5차례나 정상에 오르며 EPL 최강팀 입지를 다진 데 이어 오랜 숙원이었던 빅이어까지 품으며 명실상부한 유럽 최강의 팀으로 우뚝 섰다.
그 중심에 홀란이 있었다. 홀란은 맨시티 이적으로 EPL 무대에 입성한 첫 시즌 만에 EPL과 UCL 득점왕을 싹쓸이했다. EPL에서만 무려 36골을 넣어 단일 시즌 역대 최다골 신기록까지 썼다. UCL에서도 12골을 넣어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독일) 소속이던 지난 2020~21시즌(10골)에 이어 개인 통산 2번째 UCL 득점왕까지 차지했다. 23세 커리어에 유럽 트레블, 그리고 EPL·UCL 동반 득점왕 타이틀을 새긴 것이다.
맨시티 이적은 구단과 홀란 모두에게 ‘신의 한 수’가 됐다. 홀란은 지난해 7월 바이아웃 조항인 6000만 유로(약 835억원)의 이적료를 통해 도르트문트를 떠나 맨시티에 입성했다. 재능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바이아웃 조항이 공개되면서 레알 마드리드(스페인) 바이에른 뮌헨(독일) 등 유럽 빅클럽들의 러브콜이 쏟아졌다. 최전방 해결사 부재로 고민이 컸던 맨시티도 마찬가지였는데, 숱한 이적 제안 속 홀란의 선택은 맨시티였다.
이적 당시만 해도 적잖은 의문부호가 붙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앞서 분데스리가에서 2시즌 반 동안 62골을 넣긴 했지만, EPL은 분명 다른 무대가 될 것이라는 평가였다. 데뷔 후 줄곧 잦은 부상에 시달렸던 전력도 불안 요소로 꼽혔다.
홀란은 보란 듯이 ‘괴물’ 다운 행보를 보여줬다. EPL 데뷔전이었던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전에서 멀티골을 기록한 것을 시작으로 개막 4경기 만에 첫 해트트릭(3골)과 2경기 연속 해트트릭 등 그야말로 무서운 득점력으로 EPL 무대를 초토화시켰다. 2경기 연속 무득점이 가장 길었던 침묵일 정도로 한 시즌 내내 꾸준했다는 점도 홀란이 무서웠던 이유였다. 잦은 부상 전력에 대한 우려 역시 깨끗하게 털어냈다.
덕분에 홀란은 앤디 콜·앨런 시어러가 보유하고 있던 EPL 한 시즌 최다골(34골)을 넘어선 36골로 EPL 골든부트를 품었다. 특히 콜·시어러는 지금보다 4경기 더 많은 42경기 체제의 기록이었다는 점에서 홀란의 기록은 더욱 눈부셨다. 사상 처음 EPL 올해의 선수상과 올해의 영플레이어상을 석권한 건 2000년생인 홀란의 새 시대가 열렸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나아가 홀란은 UCL 무대에서도 무섭게 날아올랐다. 조별리그 초반 1~3차전에서 5골을 터뜨렸고, 16강 라이프치히(독일)전에선 1경기 5골을 터뜨리는 괴물 행보를 보여줬다. 바이에른 뮌헨과 8강 1·2차전에서도 각각 1골씩 터뜨렸다. 4강 이후엔 아쉬운 침묵이 이어졌으나 2위 모하메드 살라(리버풀)를 4골 차로 제치고 UCL 득점왕 타이틀을 차지했다.
영국 PA 통신은 맨시티의 트레블을 이끈 핵심 6명 가운데 홀란을 첫 손에 꼽았다. 통신은 “EPL 입성 당시엔 의구심이 잇따랐지만, 홀란은 자신을 둘러싼 우려를 불식시켰다. 케빈 더 브라위너와 강력한 파트너십을 형성해 모든 대회에서 무려 6차례나 해트트릭을 달성했다”고 조명했다.
홀란은 “믿기지 않는 결과다. 지금 나이에 UCL에서 우승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노르웨이의 작은 마을 출신 청년에게도 이런 일이 가능하다는 걸 내가 보여준 것 같다”며 “물론 한두 달만 지나면 모든 게 잊히는 게 인생이다. 다만 트로피를 거머쥔 기분을 꼭 다시 느껴보고 싶을 것 같다. 이번 시즌 우승한 걸 다음 시즌에도 꼭 지켜낼 것”이라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