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송지호가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JTBC 토일드라마 ‘닥터 차정숙’(이하 ‘차정숙’)으로 시청자에게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다. 극중 엄마 차정숙(엄정화)에게 한없이 다정한 모습과 더불어 연인 전소라(조아람)와 설렘 가득한 로맨스를 그려내 눈길을 끌었다. 송지호는 종영 전 일간스포츠와 만나 드라마의 높은 인기에 감사함과 캐릭터 구축 과정 등을 전했다.
‘차정숙’은 20년차 가정주부에서 1년차 레지던트가 된 차정숙의 찢어진 인생 봉합기를 그린 메디컬 코믹물이다. 지난 4월 시청률 4.9%(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로 시작해 단 4회만에 두 배의 수치를 뛰어넘고, 뜨거운 인기를 이어가며 18.5%로 종영했다.
송지호는 극중 차정숙과 서인호(김병철)의 아들이자 일반외과 레지던트 1년차 서정민 역을 맡았다. 드라마가 큰 사랑을 받은 것에 송지호는 “이렇게 잘될 줄 몰랐다”며 “대본을 봤을 때 이야기가 잘 흘러가서 평균 이상의 시청률만 기록했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는데 회를 거듭할수록 시청률이 계속 올라가서 놀라웠다”고 말했다.
“대본을 봤을 때 차정숙뿐 아니라 캐릭터들과 서사에 공감이 갔죠. 특히 메시지가 너무 강렬하지 않아서 좋았어요. 코믹하기도 하지만 울림도 크다고 여겼어요. 물 흘러가듯 자연스러운 전개였죠. 제가 연기한 정민이도 응원해주고 싶은 마음이 크더라고요. 작품이 이렇게 잘될 줄 몰랐는데 시청률이 계속 올라가니까 배우들과 제작진이 서로 많이 기뻐하고 좋아했어요.”
서정민은 가부장적인 아빠 밑에서 자라 그 영향을 받았지만 동시에 제2의 인생을 꾸리는 엄마를 다정히 챙기고 응원하는 인물이다. 송지호는 “평소처럼 어떻게 연기할지 고민하거나 실제 내가 자라온 환경을 이입시키면서 캐릭터를 만들어갔다”며 다만 ‘차정숙’에선 엄정화, 김병철 등 다른 배우들과 함께 호흡으로 쌓아가는 순간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김병철 선배의 아들이다 보니까 먼저 외적으로 닮고 싶어서 한쪽 가르마를 타는 헤어스타일을 따라했어요. ‘리틀 김병철’처럼 보이고 싶었죠.(웃음) 김병철 선배가 실제 현장에선 무뚝뚝한 편이시지만 함께 촬영하면서 친해지고 전화통화도 하는 사이가 됐죠.”
엄정화에 대해선 대본리딩 현장에서부터 ‘엄마’로 느꼈다고 전했다. “아무래도 나이도 그렇고 외모도 그러셔서 엄마로 느껴지지 않으면 어떡하나 싶었는데 막상 대본리딩을 하니까 바로 엄마로 여겨지더라”라며 “엄정화 선배가 현장 분위기도 잘 이끌어주고 연기에 대한 고민도 함께 나눠주셨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송지호는 무엇보다 선배 의사인 소라와 비밀연애로 극의 재미와 긴장감을 자아냈다. 또 댕댕미 넘치는 애교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송지호는 함께 연기한 배우 조아람에 대해 “나보다 실제로는 한참 어렸는데 에너지가 너무 좋더라”며 “유쾌한 성격 덕에 시너지가 크게 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아빠, 엄마, 그리고 연인까지 다양한 관계들과 얽히는 인물을 연기한 송지호는 무엇보다 ‘엄마’와의 관계에 신경을 썼다고 설명했다. 극중 아빠인 서인호가 불륜을 저지를 뿐 아니라 혼외자까지 있었단 사실에 대해선 “엄마가 무척 안쓰럽더라”라고 말했다.
“이렇게 많이 엄마와 감정을 교류하는 작품은 처음이에요. 대본을 읽을수록, 회차를 거듭하면서 연기할수록 엄마에 대한 동정, 연민 같은 감정들이 생기더라고요. 실제 비슷한 경험을 해본 적 없지만 레퍼런스들을 찾아보고 엄마의 입장에서 상황들을 바라보려 노력했어요. 엄마를 연기한 엄정화 선배의 모습을 옆에서 보면서 감탄하기도 하고 뭉클하기도 했고, 여러 복잡한 감정이 들더라고요.”
송지호는 지난 2013년 연예계에 데뷔한 뒤 ‘비밀의 숲’(2017), ‘저글러스’(2017), ‘최고의 이혼’(2018),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2019) 등 약 10년간 작품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그런 그에게 ‘차정숙’은 배우 인생에서 터닝 포인트가 됐다.
“모든 작품이 그렇지만 배우로서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작품이었어요. 전작들과 비교해 배역의 크기도 그렇지만, 작품 자체도 워낙 큰 사랑을 받아서 얼굴이 많이 알려졌죠. ‘잘했다’다는 칭찬을 받는 것도 너무 좋지만 동시에 행동도 조심하게 되는 것 같아요. 10년간 배우로 활동하면서, 일희일비하지 않는 게 정답이더라고요. 앞으로도 배우로서 제 길을 묵묵히 가는 게 목표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