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대체 외국인 선수 시장의 미세한 변화가 감지된다. 예년에는 크게 주목하지 않았던 KBO리그 '경력자'들이 영입 우선순위로 떠올랐다.
KT 위즈는 지난 9일 윌리엄 쿠에바스 재영입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2019년부터 네 시즌을 함께한 쿠에바스는 지난해 5월 팔꿈치 부상 탓에 중도 교체됐다. KT뿐만 아니라 두산 베어스도 '경력자'에 주목했다. 두산은 지난해 대체 선수로 뛰었던 브랜든 와델(등록명 브랜든) 재영입을 눈앞에 뒀다. 지난 8일 딜런 파일을 퇴출, 로스터 내 빈자리를 만들어 놓은 상태다.
본지 취재 결과, 외국인 투수 교체를 검토한 A 구단도 KBO리그 경력의 선수를 체크한 것으로 확인됐다. 재계약하지 않은 선수를 다시 데려오는 건 구단으로선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팬들의 시선을 의식해서라도 새 술을 새 부대에 담으려 했지만, 최근엔 기조가 바뀌었다. 미국에서 선수를 물색하다 입국한 B 구단 스카우트는 "대부분 (미국에서 자리 잡지 못한) 선수들은 아시아 리그로 오고 싶어 했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조금 바뀌었다"며 "이전엔 선수가 오고 싶어 하더라도 구단에서 안 풀어줬는데 지금은 구단에서 풀어줄 가능성이 있는 선수들도 미국에 남겠다고 한다. 마이너리그 연봉이 올랐고, 올해는 더블A 선수도 숙소를 제공받는다. 처우가 좋아지니까 굳이 리그를 옮기려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KBO리그는 신규 외국인 선수의 계약 총액이 연봉과 인센티브, 이적료, 계약금 포함 최대 100만 달러(13억원)로 묶여 있다. 교체 외국인 선수는 잔여 개월(2~11월)에 따라 받을 수 있는 금액이 달라진다. 외국인 선수 계약이 시작되는 2월부터 총액이 매월 10만 달러(1억3000만원)씩 줄어든다. 이적료 개념의 바이아웃을 원소속구단에 지불하면 선수의 연봉은 더 적을 수밖에 없다.
지난 3월 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올해 마이너리그 최저 연봉이 개정됐다. 트리플A만 하더라도 1만7500달러(2260만원)이던 연봉이 4만5800달러(5900만원)로 인상했다. 주급을 비롯한 급여가 2배 이상 오르면서 해외 진출 필요성이 크게 사라졌다. B 구단 스카우트는 "나이가 약간 있는 선수들은 메이저리그(MLB)에 한 번이라도 올라가 서비스 타임이나 조금 늘려 연금이나 더 받자는 느낌이다. 우리 입장에선 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고 했다.
C 구단 스카우트는 "마이너리그를 축소하면서 MLB가 쓸 선수들이 부족하다. 나이가 적지 않은 선수들까지 다 잡아두고 있다"고 말했다. MLB 명문 뉴욕 양키스만 하더라도 2020년 11월 총 10개였던 마이너리그팀을 6개로 줄이는 개편안을 발표했다. 구단마다 선수 유출을 막으면서 영입 가능 자원도 줄었다.
대신 KBO리그 경력 선수들은 해외 진출에 거부감이 크지 않다. 리그 적응을 따로 할 필요도 없다. 성적도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해 부담이 덜하다. D 구단 단장은 "(외국인 선수가) 한국으로 오는 메리트가 옛날 같지 않다. 작년과 비교하면 교체 시기도 조금 빨라졌다. 지금은 MLB 구단도 선수 쉽게 내주지 않는다"고 '경력자'에 주목하는 이유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