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삼성전자를 상대로 거래상 지위를 남용한 미국 반도체 회사 브로드컴의 동의의결안이 부적절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공정위는 지난 7일 개최한 전원회의에서 브로드컴 인코퍼레이티드 등 4개사의 거래상 지위 남용 건과 관련한 최종 동의의결안을 기각했다고 13일 밝혔다. 동의의결 제도는 조사나 심의를 받는 사업자가 자진해 시정 방안을 제시하는 것을 의미한다
브로드컴은 삼성전자 구매 주문의 승인·선적·기술 지원을 중단해 스마트기기 부품 공급에 관한 장기 계약(이하 LTA) 체결을 강제한 혐의를 받고 있다.
LTA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21년 1월 1일부터 2023년 12월 31일까지 3년간 브로드컴의 스마트기기 부품을 매년 미화 7억6000만 달러 이상 구매하고, 실제 구매 금액이 이에 미달하면 차액 만큼을 브로드컴에게 배상해야 했다.
공정위가 LTA 강제 체결 혐의와 관련해 공정거래법상 거래상 지위 남용을 적용해 심사하는 과정에서 브로드컴이 동의의결 개시를 신청했고, 공정위는 2022년 8월 26일과 31일 두 차례 전원회의를 열어 브로드컴의 개선·보완 의지를 확인하고 동의의결 절차를 개시하기로 했다.
최종 동의의결안의 시정 방안은 '행위 중지 등 경쟁 질서 회복을 위한 시정 방안'이다. 불공정한 수단을 이용한 부품 공급 계약 체결 강제 금지와 거래 상대방의 의사에 반한 부품 선택권 제한 금지, 공정거래법 준법 시스템 구축 등으로 구성됐다.
거래 질서 개선 및 중소 사업자 등 후생 제고를 위한 상생 방안으로 반도체·IT 산업 분야 전문 인력 양성 및 중소 사업자 지원(200억원), 삼성전자에 대한 품질 보증 및 기술 지원 확대 등을 포함했다.
전원회의 심의 결과 공정위는 동의의결 인용 요건인 거래 질서 회복이나 다른 사업자 보호에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해 기각하기로 결정했다. 거래 상대방에 대한 피해 보상을 고려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브로드컴은 심의 과정에서 삼성전자에 대한 피해 보상과 기술 지원 확대 등 위원들의 제안 사항을 수용할 의사가 없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조만간 브로드컴의 법 위반 여부와 제재 수준 등을 결정하기 위한 본안 심의를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