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 이상의 호투로 팀 승리를 기대할 수 있는 대들보가 됐다. 그런데 정작 개인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 너무 많은 투구 수 탓이다.
신민혁(24·NC 다이노스)은 15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2023 KBO리그 정규시즌 두산 베어스전에 선발 등판해 4와 3분의 2이닝 5피안타(1피홈런) 2볼넷 1사구 2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투구하는 동안 팀이 무려 아홉 점을 지원했고 선발 투수 본인도 호투했다.
이날 신민혁의 임무는 대체 선발이었다. 본래 에이스 에릭 페디가 선발 등판할 계획이었으나 하루 전 불펜 피칭 중 오른쪽 전완부 통증을 느껴 1군에서 말소됐다. 검사 결과 오른팔 전완부 굴곡근 염좌 진단이 나왔다. 10일 가량 자리를 비우게 됐고 그 자리를 처음 채우기 위해 나선 게 신민혁이다.
이날 경기 전까지 신민혁의 개인 성적은 8경기 3승 2패 평균자책점 5.20. NC는 지난달 24일 그를 1군 엔트리에서 말소했고, 이후 퓨처스(2군)리그에서 선발 복귀를 준비해 왔다. 강인권 감독은 15일 등판을 앞두고 "퓨처스리그에서 꾸준히 선발로 공을 던진 만큼, 공 100개까지 충분히 던질 수 있다"고 전했다.
두산 역시 막 1군에 돌아온 최원준을 올렸다. 이름만 보면 두산에 무게가 실렸다. 최근 부진했어도 최근 3년 동안 30승을 올린 상대였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신민혁의 호투가 더 돋보였다. 1회를 삼자 범퇴로 출발한 신민혁은 2회 양석환에게 사구, 김재환에게 안타를 허용해 첫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허경민에게 낮은 체인지업으로 우익수 뜬공을 잡아 첫 아운 카운트를 기록했고, 김대한의 좌익수 뜬공 때 홈으로 쇄도하는 양석환을 우익수 박건우가 보살로 잡아 무실점으로 이닝을 마치는 데 성공했다.
3회 역시 위기가 찾아왔다. 1사 후 이유찬에게 볼넷을 내준 후 정수빈의 안타로 다시 실점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포수 박세혁이 올라온 후 안정을 찾았고, 후속 타자 박계범과 양의지를 각각 헛스윙 삼진과 3루수 땅볼로 잡고 무실점을 지켜냈다.
4회를 내야안타 1개만 내주고 막은 신민혁은 5회에야 첫 실점을 허용했다. 선두 타자 장승현과 9구까지 가는 승부 끝에 좌월 솔로포를 허용했다. 한가운데로 들어온 체인지업 실투를 장승현이 놓치지 않았다.
그래도 단 1실점이던 상황. 장승현에게 홈런을 맞은 후 아웃 카운트 두 개도 순조롭게 더했다. 하나만 더 잡아도 9-1 리드 덕에 여유롭게 승리 투수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기회를 신민혁 본인이 잡지 못했다. 후속 타자 박계범에게 2루타를 내줬고, 다시 5구 승부 끝에 양의지에게 볼넷을 허용했다. 모두 실점이었어도 승패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을 상황. 문제는 투구 수였다. 108구. 승리를 위해 더 길게 던지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결국 신민혁의 투구는 5회를 채우지 못했고 마운드는 조민석에게 넘겨졌다. 기대 이상의 깔끔한 호투와 시원한 경기에서 NC에 남은 단 하나의 아쉬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