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의 경기. 2회말 1사 2루 LG 오스틴이 그라운드 홈런을 치고 세리머니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물론 사이클링 히트 기록에 욕심은 났다. 하지만 안 나오면 안 나오는 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더 중요한 건 이 LG 트윈스라는 팀이다."
오스틴 딘(30·LG)이 다시 맹타를 휘둘러 LG의 승리를 이끌었다.
오스틴은 1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KBO리그 정규시즌 두산 베어스와 홈 경기에 4번 타자·1루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3안타(1홈런) 1볼넷 3타점 2득점으로 맹활약을 펼쳤다.
이날 경기 전까지 타율 0.310 8홈런 45타점 40득점을 기록하고 있는 그는 한국 무대 첫 해인 올해 벌써 '효자 외인'으로 불린다. 장타력과 콘택트를 겸비한 덕에 LG 타선의 핵으로 꼽힌다. 긴 시간 외인 타자 덕을 보지 못했던 LG가 올해 우승 후보로 꼽히게 된 원동력 중 하나다.
18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의 경기. 2회말 1사 2루 LG 오스틴이 그라운드 홈런을 치고 세리머니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날은 특별한 기록도 한 가지 더했다. 시즌 9호 홈런을 발로 만든 것. 2회 두 번째 타석에 들어선 그는 구원 등판한 두산 이형범을 상대로 중전 안타성 타구를 날렸다. 그런데 이 타구를 중견수 정수빈이 뛰어들어 잡으려다 포구에 실패했다. 이를 확인한 오스틴은 지체하지 않고 질주, 2루와 3루를 돌아 홈까지 쇄도해 기어이 그라운드 홈런을 만들어냈다. 오스틴이 KBO리그에서 기록한 첫 그라운드 홈런이었다.
경기가 끝난 후 취재진과 만난 오스틴은 "오늘은 미국에서 기념하는 아버지의 날"이라고 먼저 운을 뗐다. 아내와 함께 지내고 있는 그는 7개월된 아들 댈러스를 두고 있다. 오스틴은 "오늘 나와 아담 플럿코가 둘 다 미국인인데, 아버지의 날에 굉장히 잘해 정말 좋았다. 플럿코는 작년에 있었으니 한국에서 아버지의 날을 보내는 게 처음이 아니지만, 난 올해가 처음이었다. (한국에서 맞는 첫 아버지의 날에) 굉장히 좋은 승리를 하고 (라이벌인) 두산을 꺾고 한 주를 좋게 마쳐 굉장히 기쁘다"라고 전했다.
그라운드 홈런 장면에 대해 묻자 "타구가 빠지는 순간 처음부터 뛰려고 마음먹고 있었다. 공이 빠지는 걸 보자마자 무조건 (그라운드 홈런을) 하겠다는 생각으로 뛰었다"라고 전했다. 커리어 처음은 아니다. 그는 "아마 내 커리어에서 세 번째일 거다. 미국에서 두 번 더 쳤다"며 "아까 그라운드 홈런을 친 후 케이시 켈리와 이야기하면서 이전에 언제 쳤는지를 떠올렸다. 2015년 애리조나 가을리그 올스타전에서 기록한 적 있다. 당시 홈에서 홈까지 들어온 시간이 신기록이었던 걸로 기억한다"고 자랑을 이어갔다.
사이클링히트에 대해 묻자 "물론 욕심은 났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기록은 기록일뿐이다. 지금 벌써 한국에 와서 기회가 2번째였다. 놓치면 놓치는 대로 아쉬워도 결과적으로는 내 기록도 좋아지고 팀도 승리할 수 있었다. 더 중요한 건 내 기록이나 성적이 아니라 LG라는 팀이다. 위닝시리즈를 한 것만으로도 만족한다"고 웃었다.
18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의 경기. 5회말 무사 만루 LG 김현수 2타점 적시타 때 홈으로 들어온 2루 주자 홍창기가 다음 타자 오스틴과 하이파이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취재진의 질문에 앞서 스스로 웃으며 어필할 정도로 적극적이고 밝은 태도는 오스틴의 최고 장점으로 꼽힌다. 그는 이날 그라운드 홈런을 친 후에도 격렬한 세리머니를 보여주기도 했다. 오스틴은 "그런 모습을 보여주게 되는 건 내가 야구를 항상 열정적으로 하기 때문"이라며 "내가 야구를 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다. LG에 와서 그 열정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열정을 최대한 쏟아 팀을 위해서나 나를 위해서나 힘을 내다 보니 그런 모습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성격 탓에 생긴 해프닝도 있다. 지난 16일 두산전에서 투수 유영찬이 두산 양석환에게 사구를 기록한 게 벤치 클리어링으로 이어졌다. 당시 한국인 선수들보다 먼저 흥분한 오스틴이 그 중심에 있었다. 그는 "미국에서는 벤치 클리어링 때 팀을 지키려는 모습을 보이는데, 그게 감정적으로 보였을 수도 있다. 싸움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니 팬분들께서 오해하지 마셨으면 좋겠다"며 "KBO리그의 벤치 클리어링 문화를 잘 몰라서 생긴 상황이기도 하다. 두산 선수단에게도 사과할테니 받아주면 좋겠다. 다음에는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좀 더 참아보겠다"고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