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르겐 클린스만(59)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맞이한 축구대표팀의 첫 3경기 성적표다. 공격은 무디고, 수비는 흔들린다. 하지만 클린스만 감독은 ‘선수들의 성장’과 ‘카타르’를 바라본다.
클린스만호는 지난 16일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페루와의 평가전에서 0-1로 졌다. 이날 한국은 슈팅 13개, 유효 슈팅 4개를 기록했다. 그러나 페루의 골망을 끝내 흔들지 못했다. 전반 초반 한 차례의 유효 슈팅이 실점으로 이어졌는데, 이를 마지막까지 만회하지 못했다. 공격진은 지난 3월 대비 무딘 공격력으로 답답함을 남기기도 했다.
경기 뒤 클린스만 감독은 “지면 화가 난다. 득점하지 못하면서 졌다”고 자평했다. 실제로 이날 전방을 맡은 오현규(22·셀틱) 황희찬(27·울버햄프턴) 등이 득점 기회를 잡았으나, 골로 마무리하지 못하며 아쉬움을 삼켰다.
어느덧 홈에서 2연패. 지난 4년간 홈에서 유독 강했던 한국으로선 당혹스러울 만한 결과다. 파울루 벤투(포르투갈) 감독이 이끈 한국은 지난 4년간 홈 패배가 단 한 차례(브라질전 1-5)에 불과했다.
홈 2연패는 10년 전 홍명보 감독이 이끈 대표팀이 크로아티아(1-2), 브라질(0-2)에 연패한 이후 처음. 새 사령탑이 부임한 후 첫 3경기에서 승리가 없던 것 역시 지난 20년 중 두 번째 기록이다. 당시 2013년 당시 홍명보 감독이 3무 1패에 그친 뒤 5경기 만에 승리한 기억이 있다.
걱정할 단계는 아니다. 이번 대표팀은 3개월간 클린스만 사단이 직접 보고 선발한 진짜 ‘클린스만 1기’이지만, 동시에 완전한 전력도 아니었다. 특히 대표팀의 핵심 수비수 김민재(입대)와 김영권(햄스트링 부상)이 이탈했다. 주장 손흥민(31·토트넘)은 스포츠 탈장 수술로 제 컨디션이 아니었고, 페루전에선 벤치를 지켰다. 말 그대로 차·포 뗀 경기였다.
클린스만 감독은 선수 구성·전술 변화에 대해 “(여러 변수로) 변화를 줄 수밖에 없었다”면서도 “새로운 선수들을 보며 어떻게 성장할지, 카타르로 가는 여정에서 어떻게 보탬이 되는지 봤다. 여정 속에서 쓴맛을 볼 때, 잘 소화해야 한다. 이런 과정이 카타르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줄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페루전에선 비록 좋은 결과를 얻진 못했지만, 클린스만 감독은 더 앞을 봤다. 그의 말대로 축구대표팀의 목표는 내년 1월 카타르에서 열리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이다. 한국은 지난 1960년 이후 아시안컵에서 우승하지 못했다. 카타르 여정 속에서 선수들을 발굴하고, 성장시키는 것이 클린스만 감독의 우선 과제다. 클린스만호는 오는 20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엘살바도르와 6월 두 번째 평가전을 펼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