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철 KT 위즈 감독의 칭찬을 받은 선수는 베테랑도, 해결사도 아니었다. 이 감독의 시선은 빠른 발과 컨택으로 상대 마운드를 뒤흔드는 어린 선수들에게 꽂혀 있었다. 수비에선 넓은 외야를, 주루에선 내야를 종횡무진하는 정준영(19)·안치영(25) 듀오가 그 주인공이었다.
KT의 연승 행진 속에서 두 선수는 알토란 같은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연승 기간(14~17일) 정준영은 타율 0.571(7타수 4안타) 2타점 출루율 0.625로 맹활약했고, 안치영도 타율 0.273(11타수 3안타) 1도루로 좋은 모습을 보이며 팀 타선에 힘을 보탰다.
경기 내용도 칭찬받을 만했다. 지난 16일 수원 삼성 라이온즈전이 그랬다. 당시 0-5로 끌려가던 3회 말 타석에 들어선 정준영은 상대 선발 앨버트 수아레즈와 12구 승부 끝에 볼넷을 걸러 나갔다. 이후엔 폭투와 안치영의 땅볼로 1점을 만회하며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다. 까다로운 선발 투수 수아레즈의 투구수를 늘려 6이닝만 소화하게 한 점과, 이른 시점에 만회점을 올리며 역전승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이강철 감독의 칭찬을 받았다.
8회엔 정준영이 마무리 오승환을 흔드는 기습번트와 빠른 발로 선두타자 출루에 성공했고, 박경수의 2루타 때 홈을 밟으며 1점 차로 삼성을 추격했다. 안치영은 정확한 번트로 대주자 이상호를 3루까지 진루시켰고, 이후 박병호의 땅볼 때 나온 상대 실책을 틈타 3루 주자가 홈을 밟으면서 극적인 동점이 완성됐다. 8회 올린 2득점으로 동점을 만든 KT는 9회 끝내기 안타로 5점 차 열세를 뒤집고 승리했다. 정준영·안치영 ‘영 듀오’가 빛났던 경기였다.
시즌 초만 해도 백업으로 분류돼 성적보단 성장에 더 초점이 맞춰졌던 이들이지만, 2군에서 김기태 감독과 서용빈 수석코치의 집중 지도를 받으며 1군 선수로 당당히 성장했다. 정준영은 김 감독으로부터 멘털 부분을, 안치영은 서 코치로부터 타격 매커니즘을 수정하고 타석에 접목시키는 데 힘썼다는 후문이다.
공수주에서 맹활약 중인 두 선수는 배정대·김민혁·앤서니 알포드 등 쟁쟁한 외야진 속에서 당당히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며 주가를 높이고 있다. 두 선수가 불어넣은 활력 덕분에 KT도 초반 부진을 딛고 상승세 기류를 탔다. 무엇보다 그동안 베테랑 혹은 외부 영입 선수들로만 꾸려졌던 KT 야수진에 새 숨을 불어 넣으며 ‘KT표’ 육성 선수의 탄생을 기대케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