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어쩌다 마주친, 그대’(이하 ‘어마그’)가 차별화된 타임슬립 드라마로 눈도장을 찍으면서 마침표를 찍는다. 판타지 스릴러, 로맨스 장르뿐 아니라 가족애를 담으면서 긴장감과 잔잔한 울림을 동시에 안겼다. 여기에 주연배우 김동욱, 진기주 등의 열연이 작품에 대한 호평을 이끌었다.
20일 종영하는 ‘어마그’는 지난달 1일 4.5%(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로 출발해 꾸준히 인기를 유지해오고 있다. 드라마는 과거 연쇄살인 사건의 진실을 찾는 윤해준(김동욱)과 부모님의 결혼을 막으려는 백윤영(진기주)이 서로 목표가 이어져 있음을 깨닫고 과거로 가서 사건을 풀어가는 내용이다.
◇가족애+레트로 감성 …‘어마그’ 세계관
‘어마그’는 다수의 타임슬립 작품들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가족애를 버무리면서 차별화를 꾀했다. 강수연 PD도 “타임슬립 소재로 좋은 작품들이 워낙 많아서 식상하지 않을까 했다. 그래서 처음엔 하기 싫다고 했다”고 우려한 지점을 밝히면서도 “어릴 적 엄마의 과거로 돌아가 엄마의 친구가 되는 이야기라는 것에 꽂혀 여기까지 오게 됐다”고 말했다. 강 PD뿐 아니라 김동욱, 진기주도 같은 이유로 작품에 참여하게 됐다고 뒷얘기를 전했다.
‘어마그’는 윤영이 과거로 돌아가 살인 사건을 파헤치는 스릴러 장르의 외피를 두르고 있으나, 그 안에는 진한 가족애를 담아 감성을 자극한다. 극 초반에는 동일한 장르의 기존 작품들과 비슷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듯하지만, 극이 진행될수록 그때 그 시절에 머무르는 인물들의 아픔과 희생을 녹여낸다. 동시에 엄마를 점점 이해해 가는 윤영의 모습은 시청자들을 매번 눈물 짓게 만들었다.
레트로 감성도 ‘어마그’ 세계관에 몰입하게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주인공들의 ‘시간 여행기’라는 콘셉트 아래, 1980년대를 재현한 장면들이 그때 그 시절을 소환했다. 1987년 형형색색의 상가 간판들, 휴대용 카세트를 들고 다니며 등교하는 학생들, 그리고 지금은 사라진 교련 선생님까지 1980년대에 빼놓을 수 없는 작은 디테일들이 드라마를 가득 채웠다. 무엇보다 그 시대를 풍미한 김완선, 백두산, 소방차 등 유명 가수의 포스터들이 익숙함을 안기고 전영록의 ‘사랑한단 말 뭐가 어려워’, 김승진의 ‘스잔’ 등 명곡들이 시청자들의 귀까지 즐겁게 했다.
◇김동욱 이끌고 진기주 눈물 자극 ‘호연’
‘어마그’는 믿고 보는 김동욱의 캐스팅으로 일찍이 관심을 받았다. 극중 김동욱은 자신을 죽인 범인을 찾기 위해 1987년으로 시간 여행한 윤해준 역을 맡았다. 당초 ‘어마그’는 올해 1월 방송 예정이었으나 갑작스럽게 편성이 변경됐고, 김동욱은 같은 시간대 방송되는 tvN ‘이로운 사기’와 일부 회차가 겹치면서, 불가피하게 ‘겹치기 논란’이 일었다.
그러나 김동욱은 이러한 핸디캡에도 각각의 작품에서 서로 다른 매력을 선보이며, 오히려 연기 스펙트럼을 입증했다. ‘어마그’에서 코믹 연기부터 몸 사리지 않는 액션까지 다채로운 캐릭터의 면모를 그려나갔고 떨리는 눈빛과 표정, 대사 톤까지 섬세한 연기를 선보이며 몰입감을 높였다. 여기에 정확한 발성과 묵직한 목소리의 내레이션은 극의 몰입감을 한껏 더 끌어올렸다.
진기주는 엄마 순애의 죽음 이후 우연히 과거 시간인 1987년에 갇히게 되고, 엄마를 지켜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으로 회차마다 눈물을 자극했다. 극 초반 해맑은 분위기의 캐릭터를 단아한 이미지로 만들어가면서도 똑부러지게 추리를 해나가면서 카타르시스를 안겼다. 또 점차 알게 되는 진실들에 분노하고, 슬퍼하는 감정선들은 뭉클함과 먹먹함을 자아냈다.
공희정 드라마 평론가는 “‘어마그’는 타임슬립 소재의 뻔한 공식을 따르지 않고 역사와 개인의 이야기를 잘 녹여냈다”며 “그동안 역사를 거시적 이야기를 다룬 작품들이 많았다면 ‘어마그’는 역사 속 개인들 서사에 주목하면서 가족애를 짜임새 있게 담았다”고 호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