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아(33·NH농협카드)가 여자프로당구 LPBA 통산 두 번째 정상에 올랐다. 부모님의 첫 현장 관전에서 대역전승과 함께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려 의미를 더했다.
김민아는 18일 경주 블루원리조트에서 열린 2023~24 경주 블루원리조트 PBA-LPBA 챔피언십 결승에서 ‘당구 여제’ 김가영(하나카드)과 대혈전 끝에 4-3(5-11, 11-10, 6-11, 11-7, 10-11, 11-8, 9-7)으로 승리하고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해 7월 2022~23시즌 2차 투어였던 하나카드 챔피언십에서 데뷔 첫 정상에 오른 뒤 10개월 만에 차지한 두 번째 우승이다. 상금은 3000만원.
플레이타임만 2시간 47분에 달할 정도의 혈투였다. 김가영이 달아나면 다음 세트에서 김민아가 원점으로 돌리는 흐름이 6세트까지 이어졌다. 우승이 걸린 마지막 7세트. 김민아는 6-7로 뒤지던 12이닝에 원뱅크샷(2점)으로 역전에 성공한 뒤, 마지막 남은 1점도 절묘한 비껴치기로 채운 뒤 주먹을 불끈 쥐었다.
김민아는 공식 기자회견에서 “개막전에서 우승하게 돼 출발이 좋아 기쁘다. 상대가 김가영 선수라 더 뜻깊은 결승전이 됐다. 지금 LPBA에서 제일 잘하고 있는 선수이기 때문이다. 그 선수와 맞붙을 수 있는 것도 영광인데, 경기에서 승리해서 더욱 뜻깊다. 마지막 1점까지 우승을 확신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특히 이날 경기장엔 부모님이 처음으로 경기장을 찾은 날이라 김민아에겐 더욱 값진 우승으로 남았다. 처음 당구 선수의 길을 걸을 때 가족들의 반대로 우여곡절도 겪었던 만큼 부모님 앞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순간은 더욱 의미가 컸다.
김민아는 “아버지께 당구를 해야겠다고 말씀드렸을 때 ‘더이상 듣고 싶지 않다’고 단호하게 자르셨다. 예전엔 당구의 ‘당’자도 꺼내지 말라고 하실 만큼 엄하셨던 분이다. 그래서 아버지를 속이고 당구를 쳤다”며 “다행히 지금은 매일 시합이 언제인지, 누구랑 하는지 관심을 가져주신다. TV로는 많이 보셨지만 현장에 직접 오신 걸 보니 마음이 이상했다. 더 많은 관심을 보내주셔서, 지금은 자랑스러운 딸이 됐나하는 느낌이 들어 너무 뿌듯하다”고 웃어 보였다.
이번 대회에서 LPBA 역대 최다승(6승)을 노렸던 김가영은 그 기회를 다음으로 미뤘다. LPBA 사상 최초로 결승 10회 진출이라는 금자탑을 쌓은 것에 만족해야 했다. 그는 “지고 나면 씁쓸하다. 여러모로 시즌 준비를 많이 했는데, 성적은 만족스럽지만 내용은 불만족스럽다. 수정하고 보완해야할 부분을 많이 느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