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올 연말 ‘가요대축제’를 일본에서 개최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공영방송이 전례없이 자사의 최대 행사 중 하나로 꼽히는 ‘가요대축제’의 개최지를 해외로 검토하고 있고, 그 장소가 일본이지만, KBS는 그 이유에 대해 명확한 설명이 없다.
19일 KBS는 음악프로그램 ‘뮤직뱅크’ 월드 투어 일환으로 연말 ‘가요대축제’를 일본에서 개최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장소는 일본 사이타마현 토코로와지시에 위치한 베루나돔으로 알려졌다. 그간 ‘가요대축제’는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진행돼 왔으며, 해외에서 개최된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가요대축제’를 해외에서 개최하는 것도 처음인데 하필이면 일본이냐”며 반대 여론이 들끓었다. 급기야 KBS 공식 홈페이지에선 반대 청원까지 등장했다. KBS는 해당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확정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조만간 제작진이 청원에 답하는 동시에 개최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아직 개최 여부가 확정되지 않았으나, KBS가 연말 가요 시상식을 일본에서 개최하는 걸 검토하는 것만으로 충분히 도마에 오를 만하다. 이는 마치 일본 공영방송사인 NHK가 한해를 마무리하는 가요 시상식인 ‘홍백가합전’을 한국에서 개최하는 것으로 비유될 수 있기 때문이다. 뜬금도 없을 뿐더러 공영 방송이라는 위치를 자각하지 못한 처사다.
‘MAMA’를 비롯한 여러 가요 시상식이 해외에서 개최하며 수익성을 쫓고 있으니, KBS도 ‘가요대축제’를 통해 수익성을 추구하는 건 일견 타당해보인다. 그간 ‘가요대축제’는 팬덤이 있는 K팝 가수들의 공연을 보기 위해 팬들 사이에선 암표도 성행했지만, 공익적 차원에서 방청권은 추첨을 통해 무료로 제공해왔던 터다. 재정 적자가 심각한 KBS로선 ‘가요대축제’를 해외에서 개최하고 티켓을 판매해 어느 정도 수익을 기대할 수도 있다.
그러나 KBS는 국민의 수신료를 받는 공영방송이다. 수익성만을 고려하기엔 공영방송이란 무게가 적지 않다. 수익성을 추구하는 것도 공영방송에 걸맞아야 한다. K팝의 한해를 마무리하는 행사를, 공영방송이 해외에서 수익성을 쫓기 위해 개최한다는 건 KBS라는 위치를 이용한 장삿 속이나 다름없다.
더욱이 시기도 부적절하다.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끈을 고쳐 매지 말라고 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를 놓고 국내 여론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는 와중에, KBS 수신료 분리징수 문제로 김의철 사장이 자신의 진퇴 문제를 걸면서 철회를 요청까지 한 마당에, 뜬금없이 일본에서 연말 ‘가요대축제’를 개최하겠다는 건 오해를 사기에 충분하다. KBS는 일본 개최가 확정된 건 아니라는 것 외에는 도대체 왜 지금 일본이어야 하는지 구체적인 설명은 하지 않고 있다. 물론 여론의 악화로 KBS가 ‘가요대축제’ 일본 개최를 철회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개최를 강행하든, 철회하든, 국민을 납득 시킬 만한 설명이 없다면 KBS에 대한 신뢰도는 더욱 추락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