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1위 쟁탈전이 여름 더위보다 더 뜨겁다. SSG 랜더스가 레전드 최정(36)의 10회 초 만루 홈런에 힘입어 불과 이틀, 1경기 만에 다시 1위를 차지했다.
SSG는 2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정규시즌 경기를 6-1로 승리했다. 9회까지 1-1 팽팽한 투수전이 펼쳐졌으나 10회 결국 타선이 폭발하며 승리를 챙겼다. KBO리그 통산 최다 홈런을 향해 나아가는 최정이 10회 초 무사 만루에서 터뜨린 만루 홈런이 승부를 결정 지었다. 최정 개인에게는 통산 444번째 홈런이자 올 시즌 단독 홈런 선두로 이어지는 15호포였다. 이날 승리로 SSG는 39승 24패 1무로 LG 트윈스를 꺾고 1위를 탈환했다.
SSG가 1위에서 2위로 내려앉은 건 불과 이틀 전이었다. 당시 롯데 자이언츠에 패하면서 두산에 승리한 LG에 반 경기 차로 밀렸다. 그리고 하루 전에는 SSG의 승리로 순위가 뒤집어졌다. 지난 14일부터 두 팀의 순위는 하루가 다르게 요동쳤다.
SSG의 1위 탈환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대체 선발 카드가 통했다. 이날 SSG는 부진 끝에 2군으로 내려간 박종훈 대신 1라운드 지명 출신인 조성훈을 선발로 올렸다. 이날 최고 구속 148㎞/h를 기록한 조성훈은 4이닝 5피안타 1볼넷 1사구 2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2회 1사 만루 위기를 맞았으나 무실점으로 극복했고, 4회에도 연속 안타를 맞았으나 실점 없이 마쳤다.
대체 선발을 올린 SSG의 상대는 두산 에이스 라울 알칸타라였지만, 오히려 SSG가 선취점을 가져갔다. SSG는 역시 5회까지 무실점 호투하던 알칸타라를 상대로 6회 선두 타자 최정의 안타와 두 차례 진루타, 그리고 전의산의 적시타로 먼저 한 점을 가져갔다.
두산도 바로 반격했다. 두산은 7회 말 구원 투수 최민준을 상대로 홍성호가 내야 안타로 물꼬를 텄다. 이어 주장 허경민이 풀카운트 승부 끝에 볼넷으로 기회를 이었고, 김대한이 내야 수비를 뚫는 동점 중전 적시타를 때렸다.
이후 팽팽한 불펜 대결이 이어졌다. SSG는 문승원과 노경은이 무실점으로 9회까지 지켜냈고, 두산은 최근 부진했던 정철원이 두 사람 몫(2이닝 무실점)을 해낸 후 마무리 홍건희가 9회를 지켜냈다. 노경은과 홍건희는 9회 각각 2사 3루, 1사 1·2루 위기를 맞았으나 실점 없이 막아내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양 팀 불펜의 호투 속에 펼쳐진 연장 승부. 웃은 건 SSG였다. SSG는 10회 초 선두 타자 김찬형이 두산 필승조 이영하를 상대로 볼넷을 골라 물꼬를 텄다. 이어 복귀 후 3경기 연속 안타를 때려내던 베테랑 추신수가 5구 승부 끝에 이영하의 슬라이더를 공략해 기회를 연결했다.
승부처에서 두산 수비가 위기를 자초했다. SSG는 최지훈의 희생 번트를 댔고, 전진 수비하던 3루수 허경민이 이를 잡았으나 1루가 아닌 3루로 던졌다. 그러나 3루로 뛰던 대주자 안상현이 먼저 베이스에 도달했고, 이어 뒤늦게 던진 1루 송구 역시 제대로 포구되지 않아 아웃 카운트가 되지 못했다.
무사 만루 밥상을 '레전드' 최정이 받아먹었다. 최정은 이영하를 상대로 11구까지 가는 끈질긴 승부를 펼쳤다. 443개의 홈런을 쳤던 최정은 결국 이영하의 타이밍을 읽어냈고, 한가운데로 들어오는 136㎞/h 슬라이더 실투를 공략해 잠실구장 왼쪽 담장을 넘겼다. 비거리 114.6m, 타구 속도 160㎞/h의 화끈한 한 방이었다.
귀중한 승리와 함께 최정 본인도 '만루의 사나이'의 역사를 향해 달려가게 됐다. 개인 통산 13호 만루홈런을 남기면서 역대 1위 이범호(17개)의 뒤를 잇는 공동 2위(삼성 라이온즈 강민호와 타이)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