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매직’ 세미 세이기너(59·튀르키예)가 프로당구(PBA) 새 역사를 썼다. 세이기너는 지난 19일 경주 블루원리조트에서 열린 ‘2023~24 경주 블루원리조트 PBA-LPBA 챔피언십’ 결승에서 이상대를 4-0(15-5, 15-0, 15-12, 15-5)으로 완파하고 정상에 올랐다. 우승상금은 1억원.
특히 세이기너는 데뷔 투어에서 정상에 오른 역대 첫 번째 선수(출범 투어 제외)로 PBA 역사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또 역대 네 번째로 결승 무대에서 4-0 완승을 거둔 선수로도 이름을 새겼다.
1964년생 세이기너는 오랫동안 세계 3쿠션과 예술구 무대를 누볐다. 특히 고난도 샷을 자유자재로 구사해 ‘미스터 매직’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세계캐롬연맹(UMB) 랭킹 10위였던 그는 지난해 4월 프로행을 선언하고 한국땅을 밟았고, 첫 투어 만에 왕좌에 올랐다.
규정도, 환경도 크게 다른 PBA 적응기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정상에 올랐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컸다.
당장 이번 투어에서도 ‘세계 4대 천왕’ 다니엘 산체스(스페인)나 한국 3쿠션 간판 최성원 등 데뷔 투어를 치른 다른 선수들은 128강에서 줄줄이 탈락했다. 앞서 프레드릭 쿠드롱(벨기에)도 4개 투어, 강동궁은 6개 투어 만에 정상에 오를 만큼 PBA 적응기는 필수적이었다.
PBA 관계자도 “UMB 대회와 비교해 규정은 물론 무대 자체가 다르다. 당구대부터 천, 공, 경기장 환경 등이 다 다르다. UMB에 있을 때 항상 우승했던 선수들, 지금 PBA 톱랭커들도 모두 PBA 입성 초반엔 적응기를 거쳤다”고 설명했다.
세이기너는 달랐다. 대회 초반부터 압도적인 기량과 감각적인 기술을 앞세워 연승을 달렸다. 특히 그는 장타율(이닝당 5득점 이상의 비율)이 11.3%에 달했다. 대회 평균 수치(6.3%)를 크게 웃돌았다. 포지션 플레이에 능한 세이기너의 강점이 우승이라는 결실의 밑거름이 됐다.
PBA 역대 네 번째로 결승전에서 4-0 완승을 거둔 건 세이기너의 압도적인 기량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1세트부터 한때 11-0으로 크게 격차를 벌리며 기선을 제압한 그는 2세트는 15-0 압승을 거뒀다. 3, 4세트에서도 집중력을 잃지 않았고, 결국 한 세트도 내주지 않았다.
그는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지금 이 순간은 내 커리어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 중 하나일 것이다. 첫 투어 만에 우승하게 돼 너무 행복하다. PBA는 내가 겪었던 시스템과 완전히 다르다. 그래도 적응하려 노력했고, 한국에 오기 전 마음가짐을 바로잡기 위해 시간을 많이 할애했다. 대회 매 순간마다 항상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으로 경기해서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다”고 웃어 보였다.
전날 김민아가 여자프로당구 LPBA 투어 통산 두 번째 정상에 오른 데 이어 세이기너가 남자부 우승을 차지하면서 올시즌 PBA-LPBA 개막 투어도 막을 내렸다. 2차 투어는 내달 2일부터 안산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