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성(30·SSG 랜더스)은 지난달 25일 두산에서 SSG로 트레이드됐다. 1년여 만의 이적이었다. 그는 앞서 박건우의 보상 선수로 NC 다이노스에서 두산으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바 있다. 두산이 강진성을 선택한 건 2020년 보여줬던 콘택트 때문이었다. 당시 5월 타율 0.474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그는 시즌 타율 0.309를 기록하며 NC의 첫 통합 우승에 힘을 보탰던 타자다. 2021년 부진했지만 두산이 긁어볼 수 있는 카드였다.
그러나 두산에서는 40경기 타율 0.163에 그쳤다. 자리도 없었고, 자신의 타격도 하지 못했다. 뿌리내리지 못하던 그를 SSG가 찾았다. 우타 보강 차원에서 SSG로 옮겼는데 이적후 성적이 뛰어나다. 타율 0.293 OPS 0.813으로 2020년을 떠올리게 하고 있다.
특히 2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KBO리그 정규시즌 두산전에서는 모처럼 맹타를 휘둘렀다. 최근 주전 1루수로 나서던 후배 전의산이 부상으로 이탈한 가운데 6번 타자·1루수로 선발 출전한 그는 4타수 4안타 1볼넷 2타점으로 맹활약했다. 특히 2타점은 이날의 승기를 굳히는 5회 초 결정타였다. 지난 2021년 6월 10일 잠실 LG 트윈스전 이후 첫 3안타 이상 경기이자 개인 커리어 첫 4안타 경기였다.
경기 후 만난 강진성은 "한 경기 최다 안타는 생각하지 못 했다. 오랜만에 선발로 나가니까 팀에 어떻게든 보탬이 되고 싶었다"고 했다. 이어 "상대팀이 두산이라 더 집중하고 싶었다. 두산에 있으면서 많이 힘든 시기가 있었는데, 내면이 단단해진 것 같다. 두산이라 더 집중하고 싶었고, (결과도 좋아서) 기분이 좋았다"고 떠올렸다.
적시타 상황을 묻자 "평소 사이드암스로 투수에게 약했는데, 밸런스가 좋을 때 타점 기회가 왔다. 나한테 이런 기회가 또 안 올 수 있다고 생각하고 대차게 방망이를 휘둘러 보려 했다. 운 좋게 선상에 빠지는 2루타가 나와서 좋았다"고 했다.
강진성에게 이적은 야구 인생의 분기점이 됐다. 두산에서 좀처럼 정립하지 못하던 타격 폼을 SSG로 되찾았다. 그는 "난 노스텝으로 치는 스타일인데, 두산에서는 정립을 못하고 왔다 갔다 하면서 자신감도 없었다"며 "여기 와서는 감독님께서 일단 너 편하게 하라고 하셨다. 못해도 좋으니까 최대한 편하게 너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하니까 빨리 느낌이 오는 것 같았다"고 감사를 전했다. 그는 "(트레이드는) 인생의 터닝 포인트였다. SSG는 물론이고, 보내주신 두산 구단에도 감사했다. 여기서는 후회 없이 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했다"고 했다.
치열한 선두 경쟁을 벌이는 SSG에 강진성의 존재가 큰 힘이 될 전망이다. SSG는 이날 1루수 전의산을 1군 엔트리에서 말소했다. 전날 수비 도중 햄스트링 부상을 입어 2주 이상 이탈하게 됐다. 그 공백을 채울 1번 후보가 강진성이다. 하지만 그는 기회라고 말하지 않았다. 강진성은 "빨리 (전)의산이도 부상에서 회복해서 왔으면 좋겠다. 1루가 내 자리라는 생각보다는 하루하루 팀에 보탬이 되고 싶다"고 다짐했다.
타격에서 2020년 '깡'의 기운이 보이는데 팀 분위기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NC에서 우승했을 때와 느낌이 비슷하다. 팀 분위기나 문화, 형들과의 끈끈한 조화가 그렇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