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원(24·두산 베어스)이 절체절명의 위기를 막고 팀과 친구 곽빈(24)의 승리를 지켰다.
두산은 23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3 KBO리그 정규시즌 키움 히어로즈와 원정 경기에서 2-1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로 두산은 지난 18일 잠실 LG 트윈스전부터 시작된 4연패를 끊어냈다. 반면 5연승을 달리던 키움은 연승 행진을 마감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2리 차이로 5위와 6위였던 두 팀은 승패가 엇갈리면서 하루 만에 두산이 5위로, 키움이 6위로 돌아갔다.
이날 경기의 주인공은 양 팀 파이어볼러 선발 투수들이었다. 두산은 국내 에이스 곽빈이 출격했다. 허리 염좌 부상에서 돌아온 곽빈은 최근 2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3자책점 이하)를 달성했고, 그 흐름을 이날도 이어갔다. 6이닝 3피안타 3볼넷 6탈삼진 1실점 호투를 펼쳤는데, 5회 폭투로 한 점을 내준 걸 제외하면 큰 위기 없이 키움 타선을 제압했다.
곽빈이 예상된 호투였다면 장재영은 기대 이상의 활약이었다. 키움이 2021년 1차 지명으로 뽑았던 장재영은 150㎞/h 중반대 강속구를 던지는 잠재력으로 9억원의 계약금을 받았으나 지난 2시즌 모두 부진했다. 올해도 4월 2경기 2패 평균자책점 12.79로 크게 부진했는데, 6월 1군에 돌아온 후 점차 좋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3경기 합쳐 9와 3분의 1이닝 투구에 그쳤으나 평균자책점이 1.93에 불과했다.
이제 선발 투수답게 이닝만 늘리면 됐는데, 그걸 23일 경기에서 해냈다. 이날 장재영은 5이닝 4피안타 2볼넷 2탈삼진 1실점을 기록, 데뷔 후 최다 이닝(종전 4월 6일 4이닝 3실점) 기록을 세웠다. 3시즌 만에 선발 투수로 제 몫을 한 날이었다. 평균 148㎞/h의 강속구를 던지면서도 큰 제구 난조 없이 투구하며 81구만으로 5이닝을 책임졌다.
선취점은 두산 타선이 만들었다. 두산은 4회 초 2사 1루 상황에서 강승호와 양석환이 연속 안타를 쳐 1점을 먼저 가져갔다. 키움도 5회 말 동점을 가져갔다. 선두 타자 임지열이 2루타로 기회를 만들었고, 2사 3루 상황에서 이정후를 상대해야 했던 두산 곽빈이 커브를 던지다 폭투를 기록해 실점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두산이 6회 김재호의 적시타로 다시 한 점을 달아났다.
가장 결정적인 승부처는 7회 말이었다. 키움은 이영하의 뒤이어 등판한 이영하를 상대로 무사 만루 기회를 얻었다. 선두 타자 김휘집에게 안타를 맞자 이영하의 제구가 크게 흔들렸다. 이형종은 사구, 김동헌은 볼넷으로 순식간에 모든 베이스를 채웠다.
한 점의 리드를 지키는 건 고사하고 그대로 승리를 내주게 될 상황. 두산의 두 번째 필승조이자 곽빈의 동갑내기 친구 정철원이 등판했다. 정철원은 임지열을 상대로 3볼에 몰렸으나 4구와 5구 강속구를 꽂았고, 3루수 땅볼이 된 5구가 홈을 거쳐 1루로 던져졌다.
그런데 1루에서 희비가 갈렸다. 포수 양의지의 송구가 타자 주자 임지열에게 맞았다. 아웃 카운트를 잡지 못하는 듯 했으나 비디오 판독 결과 3피트 라인 규정 위반으로 임지열 역시 아웃되는 것으로 번복됐다. 키움은 홍원기 감독이 올라와 3피트 라인 위반이 아니라 항의했으나 판독에 항의할 수 없는 규정에 따라 퇴장 조치됐다. 무사 만루가 순식간에 2사 2·3루로 변한 키움은 김혜성이 우익수 뜬공을 쳐 결국 무득점에 그쳤다.
위기를 극복한 두산은 분위기를 지켜 결국 연패를 탈출하는 데 성공했다. 정철원에 이어 8회 김명신이 올라왔고, 이승엽 감독은 연패 탈출을 위해 8회 2사에 마무리 홍건희를 올리는 강수를 두며 한 점 차를 끝까지 지켜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