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수는 25일 충남 천안시 우정힐스CC(파71·7326야드)에서 열린 코오롱 제65회 한국오픈 골프선수권대회(총상금 14억원) 마지막 라운드에서 이븐파 71타를 기록했다. 최종 합계 6언더파 278타를 기록한 한승수는 최종 이븐파 284타를 기록한 강경남(40)을 6타 차로 제치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한승수는 후반 홀에서 이미 5타 차 이상으로 2위와의 격차를 벌리며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다. 하지만 결코 쉬운 우승은 아니었다. 한승수 본인도 마지막 홀까지 1오버파를 유지 중이었고, 라운드 중간 맞은 수 차례의 위기를 넘기지 못했다면 추격의 분위기를 내줄 수도 있었다. 그러나 한승수는 끝내 5타 차 이상의 리드를 유지하며 우승을 차지, 최고 우승 상금의 주인공이 됐다.
최종 라운드를 중간 합계 6언더파로 시작한 한승수는 전반 홀에서 한 타를 더 줄이며 순항했으나, 13번 홀(파3)에서 짧은 거리의 파 퍼트를 실패하며 보기를 범했다. 15번 홀(파4)에선 티샷이 무릎까지 올라오는 수풀 속으로 떨어져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한승수는 남다른 집중력으로 공을 러프로 탈출시킨 뒤, 온 그린 후 시도한 8m 파 퍼트도 깔끔하게 성공시키며 위기를 넘겼다.
이후 한승수는 16번 홀(파3)에서도 벙커에서 올린 세컨드샷이 홀과 먼 거리의 그린 위에 떨어지면서 보기를 작성했으나, 마지막 18번 홀(파5)에서 버디를 기록하며 이븐파로 최종 라운드를 마무리, 내셔널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한승수는 우승 후 방송 인터뷰에서 “(우승을 해서) 기분이 좋다. 아직 얼떨떨하다”라며 우승 소감을 전했다. 또 이날 라운드의 승부처로 8번 홀의 롱 버디퍼팅과 함께 15번 홀 파를 꼽으며 “(공이 수풀에 떨어지면서) 드롭을 해야 하나 고민했지만 운 좋게 파가 됐다”라면서 “전반적으로 멘털은 괜찮았다.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했다”라고 돌아봤다.
한승수는 1라운드부터 최종 라운드까지 단 한 번도 1위 자리를 내주지 않고 우승을 차지하는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오픈에서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이 나온 건 2021년 이준석(35) 이후 2년 만이다. 공동선두 없이 매 라운드를 단독선두로 마친 끝에 우승한 것은 1987년 이강선 이후 36년 만. 이전 64차례 한국오픈에서 세 번밖에 없었던 진기록이다.
이번 대회 우승으로 한승수는 상금 5억원을 거머쥐었다. 이번 대회는 한국 골프 사상 처음으로 우승 상금 5억원의 장을 연 대회로, 한승수가 첫 주인공이 됐다. 이날 우승으로 한승수는 시즌 상금을 6억2375만원으로 늘리며 이 부문 1위에 올랐다. 제네시스 대상 포인트도 1300점을 받아 이 부문 3위(2445포인트)로 올라섰다.
한승수는 이번 우승으로 2020년 LG 시그니처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우승컵 이후 3년 만에 KPGA 코리아투어 통산 2승을 달성했다. 하지만 당시 코로나19 시국 때문에 가족들 앞에서 우승의 기쁨을 맛보진 못했다. 한승수는 “아이들과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우승하는 것이 꿈이었다. 아이들이 ‘오늘 트로피 들고 오냐’고 아침에 물어봤는데, 힘이 많이 됐다. 지인들이 많이 와서 응원해줬는데 감사하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번 우승으로 한승수는 2028년까지 KPGA 코리안투어 시드를 보장받았다. 또 준우승을 차지한 강경남과 함께 다음 달 20일 영국 로열 리버풀에서 개막하는 세계 최고(最古) 골프 대회 디오픈 출전권을 손에 넣었다. 한승수는 "많은 우승 상금도 좋지만 5년 시드가 가장 반갑다. 꼭 나가고 싶었던 디오픈도 출전하게 되어 기쁘다. 올해는 대상과 상금왕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