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손석구가 9년 만에 다시 연극 배우로 돌아왔다. 지난 20일 LG아트센터 서울, U+ 스테이지에서 막이 오른 ‘나무 위의 군대’가 무대다.
손석구는 27일 오후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에서 열린 ‘나무 위의 군대’ 기자간담회에서 “‘나처럼 때 묻은 사람이 이렇게 순수한 사람을 할 수 있을까?’란 고민이 컸다”고 이번 연기에 대해 밝혔다.
‘나무 위의 군대’는 1945년 4월 태평양 전쟁의 막바지 오키나와에서 일본의 패전도 모른 채 1947년 3월까지 약 2년 동안 가쥬마루 나무 위에 숨어서 살아남은 두 병사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연극이다. 손석구는 태어나고 자란 소중한 삶의 터전인 섬을 지키기 위해 군에 입대한 ‘신병’역을 맡았다.
간담회에는 더블 캐스트로 전쟁 경험이 많은 본토 출신의 ‘상관’역을 연기하는 이도엽과 김용준, 최희서는 ‘상관’과 ‘신병’의 곁에서 아무도 들을 수 없던 이야기를 해주는 신비로운 존재 ‘여자’ 역의 최희서와 민새롬 연출도 함께 했다.
손석구는 “제가 맡고 있는 신병 역할은 군인의 옷을 입고 있지만, 군인의 마인드와 정신이 탑재가 안된 순수한 청년에 가깝다. 제 개인적인 군대 경험이 들어올 자리는 많이 없었다”고 말했다.
손석구는 실제 이라크 아르빌 자이툰 부대에서 6개월간 파병을 다녀오며 진짜 전쟁을 가까이서 경험한 적이 있기에 이번 연극 출연이 더욱 주목을 받았다. 다만 손석구는 군대 경험이 연극 연기에 도움이 된 것은 없다면서 “부대에서 전시 상황이었지만 시대와 배경이 너무 달랐다”고 설명했다.
이날 민새롬 연출은 탄탄한 라인업을 자랑한 캐스팅에 대해 “기가 막힌 캐스팅이었다”고 정의했다. 손석구와 최희서같은 경우는 연극보다 매체 연기 경험이 많은 배우다. 두 사람에 대해 오히려 배우의 숨겨진 매력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한 민 연출은 “무대 연기도 이야기를 다루는 예술이고, 사람을 찾아가는 과정이기에 똑같다고 생각했다”며 연극과 매체 연기의 공통점을 꼽았다. 아울러 “손석구 씨와 최희서 씨가 방송에서 보기 힘든 촘촘한 심리 묘사를 무대 위에서 완벽히 표현해냈다”고 찬사를 보냈다.
2014년 연극 ‘사랑이 불탄다’에서 손석구와 함께 연극에 출연한 적이 있는 최희서는 다시 한 번 손석구와 호흡을 맞춘 것에 대해 “저희의 만남은 우연은 아니다”라며 인연을 회상했다. ‘사랑이 불탄다’는 손석구의 직전 마지막 연극이기도 하다.
최희서는 “벌써 9년 전 대학로 소극장에서 손석구 씨와 작품 하나를 했다. 그때도 연극을 하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각자 100만 원씩 내서 대관료를 내고, 5일 정도 밖에 공연을 못했다. 그 이후 각자의 길로 바빠졌지만 또 연극하고 싶다고 말을 했다”고 언급했다.
‘나무 위의 군대’에 출연할 수 있게 된 것도 손석구가 먼저 제안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최희서는 “손석구 씨가 ‘여자’ 역할이 있다고 먼저 연락을 주셨다. 덕분에 재미있고 뜻깊은 작업에 참여하게 됐다”며 “50석 규모의 소극장에서 이렇게 큰 곳에서 공연하게 돼 정말 감사하다”고 고백했다.
‘나무 위의 군대’는 매진 행렬에 힘입어 상영 기간이 연장돼 8월 12일까지 같은 장소에서 공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