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망스러운데 실망스럽지 않았다. 닉 윌리엄스(30·한화 이글스)가 데뷔전에서 안타 없이도 인상적인 모습을 남겼다.
윌리엄스는 지난 27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3 KBO리그 정규시즌 KT 위즈와 정규시즌 맞대결에서 4번 타자·좌익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무안타 1사구 1타점을 기록했다.
첫 경기부터 안타를 때려내며 출발했다면 더할 나위 없었겠지만, 무안타여도 내용이 나쁘지 않았다. 아쉬운 건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난 첫 타석이 전부였다.
첫 타석은 그럴 만 했다. 상대가 KT 에이스 고영표였다. 외국인 타자로서는 낯선 사이드암스로 투수였고, 그런 고영표의 체인지업은 더 낯선 구질이었다. '현실 참작'할 수 있는 타석이다.
대신 이후 세 타석에서는 유의미한 강한 타구를 만들었다. 4회 두 번째 타석 때 고영표와 다시 만난 그는 앞서 건드리지 못하던 체인지업을 공략해 중견수 뜬공을 만들었다. 야구통계 전문업체 스포츠투아이에 측정된 타구 속도는 150.8㎞/h. 트랙맨 베이스볼에 비해 타구 속도가 다소 느리게 측정된다는 걸 고려하면 상당한 수치다. 이어 6회 다시 고영표와 만난 윌리엄스는 이번에도 초구 체인지업을 공략했고, 우익수 뜬공을 기록했다. 이번에 기록된 타구 속도는 161.1㎞/h. 야수에게 잡히긴 했어도 번개 같은 타구였다.
최원호 감독 역시 첫 경기 내용을 희망적으로 평가했다. KBO리그 최고 마구 중 하나로 불리는 고영표의 체인지업을 상대로 두 차례나 유의미한 타구를 만든 거다. 최 감독은 "새 외국인 타자 윌리엄스도 비록 안타는 없었지만 첫 타석 삼진 이후 계속 좋은 타구 만들어줬고, 변화구에 빨리 적응하는 것 같아 고무적"이라고 칭찬했다.
수비 역시 기대를 갖게 했다. 윌리엄스는 7회 초 KT 강현우가 안타성 타구를 날렸을 때는 다이빙 캐치로 이를 잡아내는 활약도 펼쳤다. 당시 마운드에 서 있던 페냐는 "윌리엄스에게 고맙다고 인사했다. 그런 중요한 플레이(다이빙캐치)와 더불어 모든 야수들이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줘서 이런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호투의 공을 돌렸다.
한화 타선은 이미 5연승 기간 총 25득점으로 충분히 뜨거운 모습을 보여줬다. 장타력과 선구안을 갖춘 이진영이 1번에서 적응 중이고 클린업이나 하위 타순에서 부진하던 김인환이 노시환 앞에서 '강한 2번 타자'로 자리 잡았다. 최고의 활약을 펼치는 올스타 듀오 노시환과 채은성의 모습을 말할 필요도 없다. 윌리엄스가 마지막 한 조각만 되어준다면 공격력으로는 그 어느 팀에도 뒤처지지 않는다. 윌리엄스가 그 미래에 대한 희망을 데뷔전에서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