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2년 12월 생인 김귀배 기수는 환갑이 지난 나이에도 현역 생활을 이어갔다. 경마 기수는 낙마 등의 위험과 고된 훈련, 체중관리 부담 등 체력적인 한계로 40대에 은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김귀배 기수는 달랐다. 김귀배 기수는 40대부터 이미 '최고령' 타이틀을 달고 20년 가까이 경마장을 누볐고, 한국경마 최초로 정년을 채운 기수가 됐다.
기수 6기 출신 김귀배 기수는 1979년 4월 16세의 어린 나이에 뚝섬 경마장에서 데뷔한 뒤로 묵묵히 44년의 기수 외길 인생을 걸어왔다.
1986년 ‘포경선’이라는 명마와 함께 ‘그랑프리(G1)’ 대상경주에서 무려 13마신 차 대승을 거둔 김귀배 기수는 이후 포경선과 여러 번 정상에 오르며 뚝섬 경마장을 지배했다. 김귀배 기수는 40년 이상이 지난 지금까지도 가장 기억에 남는 말로 포경선을 꼽았다. 그는 “포경선은 자기가 알아서 잘 뛰는 말”이라며, "난 그저 열심히 몰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김귀배 기수는 거의 반세기 동안 기수로 활동하면서 부정의혹 없이 누구보다 성실하게 경마에 임한 선수로 평가받는다. 남들이 꺼려하는 악벽마(길들이기 힘든 나쁜 버릇을 가진 말)를 맡아 직접 훈련시켜 우승까지 이끌기도 했다.
기수로서 마지막 해인 올해엔 전년 대비 2배가 넘는 승률을 올리는 등 노장투혼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지난 4일에는 ‘컴플리트타임’과 찰떡 호흡으로 1400m 경주 우승을 차지해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었다.
엄격한 자기관리와 꾸준함의 대명사. 사실 그는 정년만 아니라면 65세, 70세까지도 활동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한다.
김 기수가 최고참 선배로서 길을 터준 덕분일까. 렛츠런파크 서울에는 62년생 김귀배 기수 외에도 65년생 박태종, 67년생 신형철 등 환갑을 바라보는 노장 기수들이 줄줄이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다. 특히 박태종 기수는 최근 한국경마 최초 2200승을 달성하는 등 전성기 못지않은 기량으로 한국경마의 새로운 역사를 써나가고 있다.
지난 28일 은퇴 행사에서 김귀배 기수는 “어린 후배들에게 뒤처지지 않고자 더욱 성실하게 노력해왔다. 후배들이 이러한 노력을 인정해주고 많이 배려해줘서 항상 고마웠지만, 그동안 겉으로 잘 표현하지 못했다. 이 자리를 빌려 그동안 정말 감사했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기수라는 직업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했지만, 4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많은 일을 겪으며 기수라는 직업을 누구보다 사랑하게 되었다”며 “후배 여러분들도 기수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매일 발전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성실히 노력해 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다시 태어나도 기수를 할 건가"라는 질문에 그는 "아니요"라고 답했다. 평생 말과 함께 해온 그의 입에서 나온 의외의 대답. 하지만 그는 "승마나 한 번 해볼까?"라며 앞으로도 말과 관련된 일을 계속 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