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르겐 클린스만(독일) 감독이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한국축구에 ‘센터백 풍년’이 찾아온 덕분이다.
클린스만 감독 부임 후 중요한 과제 중 하나는 김민재(26·나폴리)의 확실한 파트너를 찾는 것이었다. 김영권(33·울산 현대)이 오랫동안 김민재 파트너로 활약했지만, 1990년생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대안을 찾는 게 필요했다. 유럽 최고 수비수로 활약 중인 김민재와 함께 대표팀을 이끌 새로운 수비수를 찾는 건 클린스만 감독이 풀어야 할 중요한 과제로 꼽혔다.
다행히 클린스만 감독은 부임 초반부터 활짝 웃고 있다. 후보군이 이미 두터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러 선수를 두고 행복한 고민을 하고, 또 선수 제외를 두고는 마음 아픈 결정을 해야 할 정도로 쟁쟁한 선수풀이 꾸려지고 있다. '센터백 풍년'이라는 표현이 과하지 않은 이유다.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후보는 단연 김지수(18·브렌트퍼드)다. 10대의 나이에 최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브렌트퍼드와 5년 계약을 체결했다. 아직 대표팀 경력은 없지만 이번 시즌 EPL에서의 활약에 따라 언제든 클린스만 감독의 부름을 받을 수 있다. 김민재와 더불어 ‘유럽 빅리그’ 센터백 듀오라는 기분 좋은 조합도 가능하다.
오랫동안 대표팀 백업 센터백으로 활약했던 박지수(29·포르티모넨스)도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특히 김민재·김영권 모두 부상으로 빠졌던 6월 A매치에서 수비력과 빌드업 등 경쟁력을 보여주면서 팬들의 박수를 받았다. 카타르 월드컵 직전 부상을 입은 불운을 겪었지만, 이후 포르투갈 리그에서 꾸준히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다. 다른 후보군들과 비교해 분명한 우위다.
이미 클린스만 감독의 부름을 받은 김주성(22·FC서울)도 장기적인 김민재 파트너 후보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김주성은 김영권과 닮은 점이 많다. 왼발잡이 센터백이자 K리그에서도 전진패스 등 빌드업 지표에서 리그 최고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주축 수비수들의 부상 공백 속 클린스만 감독이 직접 수비수로 발탁했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앞으로도 클린스만 감독 구상에 늘 포함돼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이들뿐만 아니다. 부상으로 6월에 소집되지 못했지만, 카타르 월드컵에 출전했던 조유민(26·대전하나시티즌)도 대표팀 수비수 후보군에 늘 이름을 올리는 선수다. 부상으로 이탈해 있지만, 이번 시즌도 대전의 돌풍을 이끌며 핵심 역할을 수행 중이다. 이한범(21·서울)은 김주성보다 먼저 A대표팀에 발탁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올 정도로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다. 클린스만호 승선은 시간문제라는 평가다.
유럽파는 물론 K리그에서도 정상급 활약을 보여주는 선수들이 많다 보니, 당장 대표팀 승선 경쟁부터 치열해질 전망이다. 클린스만 감독의 눈에 들기 위한 태극마크 경쟁은 선수들은 물론 대표팀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 2명의 센터백을 두는 기존 전술을 벗어나 센터백 3명을 두는 등 전술적인 변화의 폭도 커질 수 있다. 클린스만 감독의 고민은 곧 한국축구에도 반가운 소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