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차 시장이 올해 들어 다시 주춤한 모습이다. 현대차 캐스퍼의 신차 효과가 사라진 탓이다. 업계는 하반기 신차를 잇따라 투입, 경차 시장 연간 13만대 판매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3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5월 국내 시장에서 경차는 총 5만562대가 팔리며 지난해 동기(5만5092대) 대비 8.2% 줄었다.
지난해 국내 시장 경차 판매량은 2021년 대비 35% 이상 증가한 13만4294대를 기록하며 4년 만에 13만대 수준을 회복했지만, 올해에는 11만∼12만대에 머물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국내 경차 판매량은 2012년 21만6221대로 최다를 기록한 후 매년 감소해 2021년에는 9만8781대, 즉 10만대 아래로 곤두박질쳤다. 10년 전에 비해 시장 규모가 54%나 쪼그라든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의 첫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인 캐스퍼가 5만대에 육박하는 판매량으로 돌풍을 일으키면서 경차 시장도 부활 조짐을 보였다.
다만 2021년 9월 국내 출시된 캐스퍼는 올해 출시 3년차를 맞아 '신차 효과'가 떨어지며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캐스퍼는 지난 5월 464대가 팔리며 작년 동월 대비 7.7% 감소했다. 역대 최다 판매량을 기록한 지난해 11월(5573대)과 비교하면 27.1% 줄어든 수치다.
완성차 업계는 하반기 신형 경차를 잇따라 투입, 연간 13만대 판매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당장 기아가 신형 모닝을 선보인다. 2017년 처음 나온 3세대의 두 번째 부분변경 모델이다. 기아는 통상 한 차례 부분변경 후 완전변경을 거치는 다른 차종과 달리 두 번째 상품성 개선에 나섰다.
부분변경 모델임에도 신형 모닝의 디자인 변화 폭은 크다. 기아의 SUV 셀토스와 비슷한 후면 디자인, 거대한 라디에이터 그릴을 장착한 공격적인 전면 디자인 등을 적용했다.
캐스퍼 등 신형 모델보다 부족했던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도 대폭 보강한다. 다만 파워트레인 변화는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모닝의 지난해 판매량은 2만9506대로 캐스퍼와 레이에 비해 낮지만 판매가가 1220만~1540만원으로 가격경쟁력이 가장 뛰어나다"며 "무엇보다 쉐보레 스파크가 단종된 자리를 모닝이 채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기에 기아는 올해 하반기 레이 전기차(EV)도 재출시할 예정이다. 지난 2018년 단종 이후 약 4년 만의 부활이다.
2011년 출시된 레이 EV는 4000만 원대에 달하는 가격에도 1회 충전 시 주행거리가 약 100km 수준에 그치는 등 부족한 상품성으로 판매 부진을 겪으며 단종 절차를 밟았다.
기아가 전동화에 사활을 걸고 있는 만큼 이번 레이의 신형 EV는 이전 모델보다 주행거리 등 성능이 훨씬 좋아졌을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 관계자는 "경제적인 이유로 경차를 선택하는 소비자가 많은 점을 고려하면 레이 EV가 흥행할 가능성이 크다"며 "신형 모닝이 좋은 반응은 얻는다면, 올해 경차의 판매량은 예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