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루 벤투(포르투갈) 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아랍에미리트(UAE) 새 사령탑으로 부임했다. 이제 아시아 무대에서 한국과 적으로 만나게 됐다.
벤투 감독의 에이전시인 프로일레븐은 10일(한국시간) "벤투 감독이 UAE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됐다"고 발표했다. 에이전시가 공개한 사진에는 벤투 감독이 UAE 축구협회 관계자 등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이 담겼다.
벤투 감독의 UAE 대표팀 감독 부임은 앞서 포르투갈 헤코르드, 이적시장 전문가 파브리치오 로마노 기자 등을 통해 미리 알려졌다. 그리고 이날 계약서 서명 등을 통해 공식적으로 UAE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았다. 계약 기간은 2026년까지 3년으로 알려졌다.
벤투 감독이 UAE 지휘봉을 잡으면서 지난 4년 간 동행했던 한국과는 적으로 재회하게 됐다. 오는 11월 시작하는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예선을 시작으로 내년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등 아시아 팀들끼리 격돌할 무대가 많아 한국축구와 '벤투호' UAE 간 맞대결이 성사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조 추첨이 끝난 아시안컵 본선에서는 다른 조에 속했지만, 이후 토너먼트에서 격돌할 가능성이 있다. 월드컵 16강까지 올랐던 추억이 이제는 약점이 될 수도 있는 셈이다.
벤투 감독이 UAE 지휘봉을 잡으면서 지난해 12월 한국을 떠난 지 7개월 만에 현장으로 복귀하게 됐다. 그는 한국을 12년 만이자 역대 2번째 월드컵 원정 16강으로 이끈 뒤 떠났다. 이후 벤투 감독은 한국과 4년 더 동행을 원했지만, 대한축구협회(KFA)와 협상 과정에서 계약 기간에 이견이 있었다는 취지로 현지 매체와 인터뷰를 했다.
지난 2018년 한국 지휘봉을 잡았던 벤투 감독은 이른바 ‘빌드업 축구’를 심었다. 후임 감독을 물색하는 과정에서 ‘벤투 축구의 계승’이 중요한 조건으로 제시될 정도로 한국축구에 중요한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재임 기간 내내 유독 선수들에게 두터운 신임도 받았다. 벤투 체제에서 마지막 경기를 치른 뒤 선수들은 눈시울을 붉혔고, 벤투 감독 역시 계약을 끝내고 출국하는 날 눈물을 보였다.
이후 벤투 감독은 유럽 무대 복귀를 타진했다. 지난 1월엔 폴란드 축구대표팀 부임설이 강하게 제기됐지만 끝내 무산됐다. 이후 에콰도르 대표팀, 포르투갈 클럽팀 부임 가능성도 나왔지만 번번이 지휘봉을 잡지는 못했다. 반년 넘게 새 팀을 찾지 못하던 벤투 감독은 결국 다시 아시아 무대에서 사령탑 생활을 이어가게 됐다.
벤투 감독이 지휘봉을 잡게 될 UAE 대표팀은 FIFA 랭킹 72위로 아시아 8위 팀이다. 월드컵 본선 진출은 1990년 이탈리아 대회가 유일하지만, 48개국 체제로 확대된 북중미 대회를 통해 본선 재진출에 도전한다. 아시안컵에서는 최근 2015년과 2019년 대회 모두 4강에 오르며 강세를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