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대표 홈런타자였던 심정수(48)의 둘째 아들 심종현(21·케빈 심)이 미국 메이저리그(MLB)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을 받았다. 아버지의 꿈이기도 했던 빅리그 입성 기회를 잡았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구단은 11일(한국시간) 2023년 MLB 신인 드래프트 5라운드 전체 148순위로 샌디에이고 주립대 소속 케빈 심을 지명했다. 계약금은 42만1100달러(5억5000만원)다.
케빈 심은 심정수의 둘째 아들로, 한국 이름은 심종현이다. MLB 공식홈페이지 MLB닷컴은 케빈 심을 소개하며 'KBO리그에서 300개 이상의 홈런을 친 심정수는 헤라클레스라는 별명을 얻은 한국 프로야구 스타였다. 심정수 가족은 케빈이 7살 때 샌디에이고 지역으로 이주했다'고 전했다.
심정수는 KBO리그를 대표하는 거포였다. OB 베어스(현 두산)-현대 유니콘스-삼성 라이온즈를 거치며 1450경기에 출전해 타율 0.287 328홈런 1029타점을 기록했다. 이승엽과 토종 거포의 자존심을 걸고 홈런왕 경쟁을 펼치기도 했다. 2008시즌을 끝으로 은퇴 후 미국으로 떠났다.
선수 시절 미국 무대 도전 의지가 컸다. 선수로 뛰는 동안 영어 학원을 다녔고, 새벽에는 MLB 경기를 챙겨보며 꿈을 키웠다. 2003년에는 이승엽과 함께 플로리다 말린스의 스프링 캠프에 초청돼 시범경기 타율 0.307(13타수 4안타), 1홈런을 기록하기도 했다.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을 통한 해외 진출도 모색했으나, 당시 소속팀 현대의 반대로 무산됐다.
심정수를 따라 세 아들이 모두 야구 선수를 꿈꿨다. 장남 제이크 심(심종원)은 2020년 트라이아웃에 참가하며 KBO리그에 도전장을 내밀었으나, 지명을 받지 못했다. 막내 에릭 심도 심정수로부터 야구를 배우고 있다.
차남 케빈 심은 고교 시절부터 큰 주목을 받았다. 2학년 때 올 아메리칸팀에 선발되는 등 MLB 진출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다. 지난달 MLB 드래프트 대상자인 유망주가 한곳에 모여 30개 구단 스카우트 앞에서 펼치는 쇼케이스(드래프트 콤바인) 첫날에 심종현은 평균 타구 속도 시속 101.5마일(163㎞)로 전체 1위를 차지했다. 뿐만 아니라 하드 히트(타구 속도 시속 95마일 이상) 15개, 스위트 스폿(배트 중심에 맞은 타구) 16개, 비거리 400피트(122m) 이상 타구 4개로 모두 1위에 올랐다.
케빈 심은 올 시즌 부상으로 시즌 막바지 경기에 나서지 못했지만, 대학리그 38경기에서 타율 0.298 13홈런 40타점 9도루를 기록했다. 샌디에이고 주립대에서 두 자릿수 홈런은 친 선수는 그뿐이었다. 아버지를 닮아 장타율(0.624)이 돋보였다.
케빈 심은 애리조나 구단을 통해 "최고의 선수였던 아버지와 쉬지 않고 훈련했다. 이 과정을 통해 타격 자세를 완성할 수 있었다.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