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6일, 대한민국 리틀야구 U-12(만 12세 이하) 메이저 대표팀이 아시아-태평양 지역 예선에서 우승했다는 기쁜 소식이 전해졌다. 리틀야구 대표팀은 올해 8월 미국에서 열리는 2023 리틀야구 월드시리즈 본선에 진출하게 됐다.
그런데 지난 6월 30일, 리틀야구 월드시리즈 조직위원회는 대한민국 대표팀의 리틀야구 월드시리즈 본선진출권 박탈을 공지했다. 조직위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예선 결승전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에 패배한 대만 대표팀(구이산 리틀리그)의 항의에 따라 조사한 끝에, 대한민국 대표팀인 '남서울A 리틀리그'에 부적격 선수로 인해 지역 예선 전 경기를 몰수패 판정한다고 했다. 조직위는 공식 성명을 통해 "남서울B 리틀리그 소속 선수가 국내 예선에서 탈락한 후 남서울A 리틀리그 소속 명단에 추가됐다고 경위를 설명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진출팀 사진은 대만 대표팀으로 변경됐고, 한국 대표팀의 지역예선 성적은 전 경기 0대6 몰수패로 변경됐다.
리틀야구는 선수의 거주지와 학교 등을 고려하여 클럽팀으로 운영하고 있다. 각국은 국가 내 리틀야구 클럽팀에서 선수를 선발하는 것이 아니라, 예선을 통해 국가를 대표한 클럽팀을 선발한다. 우리나라의 U-12 메이저 국가대표는 남서울A 리틀리그가 선발됐다. 팀마다 선수의 나이와 인원수가 제각각이라 지역에서 구성한 연합팀 형식이다. 올해 전국 16개 지역 선발팀이 참가했고, 남서울A 리틀리그는 D조로, 남서울B 리틀리그는 C조로 참여했다.
이에 대해 한국리틀야구연맹은 1일 "국내 예선전 우승팀인 남서울A에서 부상선수가 나와 교체 선수선발 하는 과정에서 세계리틀야구연맹측은 그 선수를 부적격 선수로 유권해석했다. 한국리틀연맹은 학교와 거주지 둘 중 하나만 충족시키면 그 지역 대표가 될 수 있다는 항목(세계리틀야구연맹 룰북 중 Regulation 2 – League Boundaries)을 보고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세계연맹측은 예선전에 뛰던 팀의 선수가 아니라고 판단, 원소속팀이 우선이라는 이유로 아시아 예선전 대한민국 모든 경기를 몰수경기로 간주했다"고 해명했다.
여러모로 당황스럽고 아쉬운 입장문이다. 세계리틀야구연맹 룰북과 국제대회의 내용을 제대로 숙지하지 않았음은 물론 안일하고 미숙한 판단으로 결정적인 실책을 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모든 대회는 대회의 공식 룰을 준수해야 하고, 리틀야구 월드시리즈는 각국의 예선전에서 우승한 리틀야구 클럽팀이 참여하는 것이 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리틀야구연맹은 국내 예선전 우승팀에 부상선수가 나왔다는 이유로 해당팀이 아닌 다른 팀 선수를 포함했다.
그리고 한국리틀야구연맹이 세계리틀야구연맹 룰북 중 Regulation 2 – League Boundaries를 판단 근거로 삼은 것 또한 부적절하다. 해당 룰북의 규정은 각 리틀야구 리그가 해당 지역의 실제 경계를 결정하여 선수를 선발하도록 한 것으로, 경계 내에 거주하거나 경계 내의 학교에 실제 재학 중인 자를 선발하도록 한다. 그렇지 않은 선수는 리틀리그 인터내셔널 헌장 위원회의 면제절차를 밟도록 하고 있다. 즉 위 규정은 유소년이 리틀야구 리그에 참여할 때 거주지와 재학 중인 학교를 기준으로 함을 정한 것으로 해석함이 타당하다. 연맹 주장대로라면 어떤 유소년의 거주지와 재학 중인 학교가 서로 다른 리틀야구 리그에 속할 경우, 편의에 따라 각 리그를 대표할 수 있어 룰북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한국리틀야구연맹의 설명은 리틀야구 세계연맹의 공식 입장과도 배치된다. 리틀야구 세계연맹 홈페이지 내의 '자주 묻는 질문' 항목을 보면 첫 번째와 네 번째에 이 설명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즉 각 리틀리그 경계 내에 거주하는 선수가 경계 밖 다른 리틀리그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현장 위원회의 허락이 필요하고, 리틀야구연맹의 지역 관리자에겐 그러한 권한이 없다고 되어 있다. 한국리틀야구연맹의 판단은 이러한 입장과도 충돌한다.
이번 사건이 안타까운 것은 한국리틀야구연맹을 비롯한 어른들의 결정적인 실책으로 인한 결과를 어린 선수들이 감당하게 됐다는 것이다.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원점에서 재정비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