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고 너무 정확하다. 빠른 것도 빠른 건데, 대부분 송구가 다 베이스 위로 간다."
LG 트윈스는 지난 9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4-7로 패했다. 이날 팀의 투타보다 눈에 띈 주인공이 8번 타자·포수로 출전했던 손성빈이다. 그는 롯데가 6-4로 앞서던 6회 초 무사 1·2루 위기 상황에서 LG 2루 주자 오지환을 정확하고 빠른 견제로 잡아냈다. 오지환의 리드 폭이 다소 컸다는 점을 고려해도 손성빈의 강견이 '규격 외'였던 게 컸다.
젊은 포수의 어깨에 당해 1패를 내준 염경엽 감독의 감상은 어땠을까. 4월부터 숱하게 발야구를 강조해 온 염 감독이다. 그만큼 포수의 도루 저지가 중요하다는 걸 알고 있다. 11일 잠실 한화 이글스전 취소를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염 감독은 "송구가 빠르고 너무 정확하다"며 "빠른 것도 빠른 건데, 대부분 송구가 다 2루 베이스 위로 간다"고 혀를 내둘렀다.
염경엽 감독은 "다른 포수들보다 빠르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며 "박경완 배터리 코치가 선수 시절 어깨가 좋은 건 아니었다. 빠르고 정확했던 것"이라고 했다. 이어 "현재 포수들 중에는 박동원이 제일 좋다. 박동원이 어깨가 좋다는 건 상대 팀들도 다 인식한다. 우리 투수들의 퀵 모션이 조금 늦어도 (주자들은) 동원이를 의식하지 않을 수가 없다. 내가 타 팀 감독일 때도 동원이가 상대면 약간 의식이 된다. 투수의 퀵 모션이 느려도 도루를 막 시킬 수가 없다"고 했다.
그리고 그 느낌은 손성빈을 상대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염 감독은 "그날도 손성빈이 앉아있으니 뛸 기회가 있는 데도 선뜻 결정할 수가 없더라. 당시 잡힌 건 런앤히트였다. 도루 결정이 선뜻 안 나오더라"며 "그게 손성빈의 장점이 되는 거다. 상대 벤치나 주자들이 함부로 스타트하지 못하게 한다"고 돌아봤다.
1위 팀 감독이 감탄할 만큼의 강견이다. 4년 80억원을 들여 주전 포수를 사온 롯데지만, 미래는 더 탄탄하다는 걸 LG와 시리즈에 증명한 셈이 됐다.
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