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4개월 동안 동고동락한 리더가 적장이 되어 등장했다. 파울루 벤투(포르투갈) 전 한국축구대표팀 감독이 아랍에미리트(UAE)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벤투 감독은 지난 10일(한국시간) UAE의 사령탑으로 부임했다. 계약 기간은 2026년까지다. 벤투 감독이 아시아축구연맹(AFC) 권역의 UAE를 이끄는 점이 흥미롭다. UAE는 오는 11월 시작하는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부터 내년 AFC 아시안컵 등에서 한국과 대결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현재 대표팀 주축 선수들을 다뤄본 벤투 감독이 적으로 등장한다는 소식은 한국 입장에서 악재다. 지난 2018년 한국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벤투 감독은 긴 시간 팀을 이끌며 ‘빌드업 축구’를 이식했다.
우려도 있었지만, 벤투호는 57경기 35승 13무 9패라는 호성적을 거뒀다. 한국의 A대표팀은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본선에서 포르투갈을 꺾었고, 12년 만에 16강 진출을 이뤘다. 당해 12월 대표팀과의 계약이 끝나자, 팬들은 그에게 ‘벤버지(벤투+아버지)’라는 애칭을 붙이며 그간 업적을 칭송했다.
고국으로 돌아간 벤투 감독은 간간이 포르투갈·폴란드 축구대표팀 감독 후보로 이름을 올렸으나, 계약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그는 약 반년간의 휴식기 끝에 아시아 무대로 돌아왔다.
축구대표팀이 이렇게 전임 감독을 상대하는 건 처음이 아니다. 위르겐 클린스만 현 감독을 제외하고 한국 지휘봉을 잡은 외국인 감독은 총 8명. 이중 한국 팬들에게 친숙한 거스 히딩크·딕 아드보가트·고(故) 핌 페어백(이상 네덜란드) 감독과 적으로 만나 총 4번 격돌한 전적이 있다.
A대표팀은 친선경기,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전임 감독들과 만나 2승 2무라는 호성적을 거뒀다. 특히 2년 전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벤투호는 아드보가트 감독의 이라크를 상대로 1승 1무를 거두며 카타르 월드컵 티켓을 거머쥔 바 있다. 10여 년 전 두 번의 친선 경기에서는 각각 호주·터키를 이끌던 베어벡·히딩크 감독과 만나 1승 1무씩 기록했다.
벤투 감독이 이끌 UAE와의 상대 전적에서도 한국이 우세다. 13승 5무 3패로 크게 앞서있다. 특히 2006년 이후 16년간 한국이 패배하지 않았을 만큼 압도적인 우위를 점했다. 가장 최근 만난 2022년 3월 열린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0-1로 졌지만, 당시 이미 출전권을 획득한 상태라 의미가 있는 경기는 아니었다. 과연 A대표팀이 벤투 감독과의 재회에서도 웃을 수 있을지 팬들의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