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를 이겨낸 나성범(33·KIA 타이거즈)이 더 단단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나성범은 7월 첫째 주 10개 구단 타자 중 가장 빼어난 성적을 남겼다. 출전한 5경기에서 타율 0.375(24타수 9안타) 4홈런·8타점·장타율 0.958를 기록했다. 주간 홈런과 장타율 1위였다. 나성범이 뜨거운 타격감을 보여주며 공격을 이끈 KIA는 이 기간 5전 전승을 거뒀다.
조아제약과 본지는 나성범을 7월 첫째 주 최우수선수(MVP)로 선정했다. 나성범은 “그동안 부상으로 자리를 비우며 팀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 미안한 마음이 컸는데, 팀 연승에 기여해 다행이다. 상까지 받아서 기분이 좋다”라고 했다.
나성범은 KIA가 올 시즌 63번째 경기를 치렀던 지난달 23일 광주 KT 위즈전에서 첫 출전했다. 왼쪽 종아리 근육 사이 근막이 찢어지는 부상을 당했고, 그동안 재활 치료에 매진했다.
처음 검진을 받았던 3월 중순, 병원에선 회복까지 6~8주가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재검을 받을 때마다 “아직 근막에 피가 고여 있기 때문에 더 지켜봐야 한다"라는 소견이 돌아왔다. 부상 부위에 무리를 주지 않는 선에서 진행하던 운동도 멈춰야 했다.
나성범은 NC 다이노스 소속이었던 2019년 5월 3일 KIA전에서 주루 중 오른쪽 무릎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부상을 당한 뒤 수술을 받았다. 2019시즌 남은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긴 재활기를 보낸 경험이 있지만, 나성범은 이번 종아리 부상을 다스리던 시기가 더 힘들었다고 한다. 그는 “2019년 무릎 부상 때는 복귀까지 최장 1개 6개월까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조바심을 내려놓고 멀리 봤다.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낸 점도 좋았다”라고 돌아보며 “이번 부상은 차도가 더디다 보니 ‘과연 나을 수 있는 건가’라는 막연한 마음이 생겼다. ‘빨리 돌아가야 한다’라는 조바심도 커졌다. 큰 부상도 아닌데 복귀가 늦다는 시선, 이전보다 내구성이 떨어진 게 아니냐는 의심도 나를 힘들게 했다”라고 돌아봤다.
나성범은 자존감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지난겨울 더 좋은 기량을 보여주기 위해 많이 준비했다. 그 성과는 믿고 있었다”라며 “올 시즌 팀(KIA)이 유독 1점 차로 패하는 경기가 많았다. 동료들이 갖고 있는 능력에 비해 결과가 나오지 않았는데, 내가 복귀하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재활 치료 기간을 버텼다”라고 전했다.
그렇게 긴 터널을 빠져나온 나성범은 복귀 뒤 나선 13경기에서 홈런 6개를 때려내며 건재한 기량을 보여줬다. 그는 “아직 경기력 기복이 크다. 부상 재발에 대한 우려도 있다. 지금 타격감은 큰 의미가 없다”라면서도 “현재 KIA 더그아웃은 ‘패하지 않을 것 같다’라는 분위기가 가득하다. 또 다치지 않도록 주의하고, 그 어느 시즌보다 팀 승리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경기에 임할 것”이라는 각오를 전했다.
개인적으로는 국제대회 부진을 털어내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나성범은 지난 3월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국가대표팀에 발탁됐지만, 종아리 부상 탓에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한 채 2경기만 뛰었다. 성적은 5타수 무안타. 한국의 1라운드 탈락을 지켜봐야 했다.
나성범은 "모든 선수가 같은 조건 속에서 치른 대회였다. 타격 사이클이 오르내릴 수 있지만, 대회에 맞춰 올려야 했다. 국제대회마다 내 기량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해 기대해 주신 야구팬에 죄송했다"라고 했다. 이어 나성범은 "WBC 실패 경험이 동기부여가 될 것이다. 또 대표팀에 뽑힐지 모르지만, 기회가 온다면 정말 잘해보고 싶다. 후회를 남기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성범의 숙제는 명확하다. 리그 대표 '철인' 면모를 되찾고, KIA의 재도약을 이끄는 것. 그리고 국제대회에서도 경쟁력을 보여주는 것이다. 시련은 겪고 더 단단해진 나성범이 다시 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