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위즈 투수 고영표는 지난 13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아찔한 상황을 맞았다. 2회 말 상대 타자 주성원이 친 강습 타구에 오른쪽 정강이를 맞고 쓰러진 것. 통증을 호소하던 고영표는 더그아웃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곧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오른발을 붕대로 칭칭 감고 돌아온 그는 이후 5이닝을 더 소화하면서 7이닝 무실점을 기록, 팀의 9-0 승리를 이끌었다.
‘붕대 투혼’이었다. 경기 후 그는 연합뉴스를 비롯한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아직도 발이 부은 상태다”라며 몸 상태가 온전치 않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는 “통증은 있었지만 불펜 투수들에게 부담을 주긴 싫었다”라고 씩씩하게 말했다. 고영표가 타구에 발을 맞은 시점은 2회 2아웃. 예기치 못한 부상에 불펜이 준비도 안 된 시점에서 그가 내려갔다면 불펜이 온전히 7⅓이닝을 책임져야 했다. 고영표는 불펜과 팀을 위해 통증을 참고 뛰었다.
이날 붕대 투혼과 함께 고영표는 시즌 13번째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를 기록했다. 리그 공동 1위의 기록. 퀄리티스타트+(7이닝 이상 3자책 이하)는 11번째로 리그 단독 1위다. ‘고퀄스(고영표+퀄리티스타트)’라는 별명답게 뛰어난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이외에도 고영표는 다승 공동 5위(8승), 평균자책점 5위(2.78), 최다 이닝 6위(103⅔이닝) 등 각 부문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전반기를 마쳤다. 에이스다운 활약이었다.
하지만 고영표는 마운드 위에서만 빛나지 않는다. 강판 후에나 자신이 출전하지 않는 날엔 더그아웃에서 멘토 역할을 톡톡히 한다. 고영표가 후배 선수들과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은 어느덧 중계 카메라의 단골 앵글이 됐다. 엄상백과 소형준은 “공을 던지고 더그아웃에 돌아오면 (고)영표 형이 이런저런 조언을 많이 해준다”라고 이야기했고, 같은 사이드암 이채호도 “긍정적인 조언을 많이 해주신다”라면서 고영표에게 고마워하기도 했다.
이처럼 고영표는 그라운드 안팎에서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고영표가 중심을 잘 잡아준 덕에 KT도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 선발진이 안정을 찾았고, 선발이 탄탄하니 초반 대량실점이 줄어들면서 타선과 불펜의 뒷심도 강해졌다. 고영표 혼자의 힘은 아니지만, “고영표 덕분에 계산이 선다”는 이강철 KT 감독의 말대로 그가 중심을 잘 잡아준 덕에 KT도 뒷심을 발휘할 수 있었다. 6월 이후 KT의 역전승은 총 11차례로 리그 1위다.
KT는 전반기를 7위로 마쳤지만, 4위 NC 다이노스와의 격차는 2.5경기밖에 나지 않는다. 후반기 대반격도 충분히 노릴 수 있는 상황. KT가 ‘에이스’ 고영표를 필두로 후반기 마법을 부릴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