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완수 KB 스타즈 감독은 이번 일본 서머캠프에 참가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지난 15일 일본 군마현 다카사키 아레나에서 열린 W리그 서머캠프 2023 in 다카사키 첫날 야마나시 퀸비지에 패배한 직후다. 김 감독은 “그런 것들을 배우는 게 우리가 이곳에 전지훈련을 온 이유였다. 오늘은 그런 게 안 보여서 선수들에게 실망하고 아쉬운 부분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KB는 야마나시에 56-70으로 졌다. 야마나시가 지난 시즌 일본 여자프로농구 W리그 14개 팀 중 12위에 머무른 팀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쓰라린 패배였다. 그러나 결과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끈질긴 추격으로 3쿼터 극적인 동점을 만든 상황에서 김완수 감독이 직접 주축 선수들을 잇따라 벤치로 불러들인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다. 김 감독은 앞서 강이슬·박지수가 대표팀 차출로 자리를 비운 사이 호흡을 맞춰온 선수들이 기세를 이어가길 바랐다. 이 과정에서 선수들의 간절함과 열정 등을 확인하고 싶었던 게 벤치의 바람이었다.
결과적으로 KB는 주축 선수들이 빠진 뒤 다시 격차가 크게 벌어져 패배의 쓴맛을 봤다. 김 감독은 “(박)지수와 (강)이슬이가 없는 상태에서 호흡을 맞춰온 선수들이 분위기를 한번 가져오기를 바랐다. 선수들을 믿고 기용했는데 오히려 격차가 더 벌어져 제일 아쉬웠다. 분위기가 넘어왔을 때 ‘너희가 한번 해봐’라는 생각이었는데, 선수들이 그걸 못 차고 나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냥 들어가서 뛰는 게 다가 아니다”라고 쓴소리를 이어갔다. 김완수 감독은 “어떻게 해서든 그 기회를 잡으려고 한 발 더 뛰고, 다 쏟아부어야 한다. 그런 게 안 보여서 선수들에게 실망하고 아쉬웠던 것”이라며 “나도 솔직히 자존심은 상하지만 배우러 일본에 왔다. 일본팀 코치진은 경기를 어떻게 운영하는지 등을 보러 왔다. 그만큼 지도자들도 간절함이 필요하다. 선수들 역시 마음을 좀 알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사령탑인 자신과 코치진도 일본에 배우러 왔듯, 선수들 역시도 단순히 경기에 출전하는 것 이상의 ‘소득’을 얻기를 바란다는 의미였다.
김 감독이 이날 엄격했던 심판 판정보다, 그 판정에 선수들이 흔들린 걸 더 아쉬워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이날 KB 선수들은 파울이나 트래블링 등 판정에 자주 흐름이 끊겼고, 이와 관련해 집중력도 흐트러지는 모습이었다. 김 감독은 “어쨌든 외국에서 열리는 친선경기다. 심판 콜에 민감할 필요가 없다. 아쉽고 억울할 수는 있겠지만 우리가 연습할 것만 하면 된다. 오히려 한국에 돌아간 뒤 스스로 냉정함을 유지하고, 참고 이겨내는 방법을 배울 기회일 수도 있다. 그런 부분을 연습할 기회라고 생각한다. 계속 억울해하다 보니 다음 플레이도 안 나온다. 그런 부분도 선수들이 알았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김완수 감독은 이번 서머캠프뿐만 아니라 이후에도 예정된 일본 전지훈련 기간 내내 선수들 스스로 깨달음을 얻기를 바라고 있다. 팀을 더 강하게 만드는 건 결국 선수 개개인의 기량뿐만 아니라 코트 위에서 보여주는 태도나 간절함 등이라는 것이다. 김 감독이 일본 선수들을 보면서 배우기를 바라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사령탑인 자신이 그랬듯, 이 과정에서 자존심은 의미가 없다는 게 김 감독의 설명이다.
김완수 감독은 “팀을 위해 희생하고, 또 서로 격려하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 잘 됐을 땐 가족 같은 느낌, 반대로 안 됐을 땐 우리가 어떤 부분을 더 해야 할지 같이 고민해야 한다. 결국엔 기본적인 게 중요하다”며 “다음 경기부터는 안 되거나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계속해야 한다. 자존심이 상할 수 있지만, 우리보다 나은 상대팀의 것을 배우고 터득해 실행에 옮겨야 한다. 앞으로도 게임이 계속 있다. 선수들이 그런 부분들을 봤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KB는 16일 오후 3시 다카사키 아레나에서 ENEOS와 서머캠프 두 번째 경기를 치른다. ENEOS는 지난 시즌 W리그에서 20승 6패로 4위에 오른 강팀이다. 1차전보다 더 만만치 않은 경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결과가 최우선인 경기는 아니다. 코트 위에서 선수들이 달라진 모습만 보여줄 수 있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값진 결실이 될 수 있다. 이번 캠프의 가장 큰 목표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