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를 위한 인위적 설정이 작품에 ‘오점’으로 남게 됐다. ‘인위적’이었던 만큼 그에 따른 반응까지 미리 예상해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결국 책임은 제작진의 몫이다.
최근 JTBC 드라마 ‘킹더랜드’를 둘러싸고 문화 왜곡 논란이 불거졌다. ‘킹더랜드’는 동시간대 시청률 1, 2위를 다투고 있는데다 넷플릭스 비영어 부문 TV시리즈 1위를 기록할 만큼 인기 작품인 터라 파문은 더 컸다. 여기에 JTBC의 미흡한 대처까지 겹치며 잘나가던 ‘킹더랜드’에 먹구름이 끼고 말았다.
문제가 된 장면은 지난 8일 방송된 7회에서 등장했다. 극중 킹호텔에 방문한 VIP 고객, 사미르(아누팜 트리파티) 왕자에 대한 잘못된 묘사 때문이었다. 사미르는 첫 등장부터 꽤나 불량한 인물로 비춰졌다. 클럽에서 여성들에게 둘러싸인 채 유흥을 즐기고, 무슬림에서 금지된 술을 마시는 모습이 전파를 탔다. 천사랑(임윤아)에게는 대놓고 추파를 던지며 구원(이준호)은 이런 사미르를 대놓고 “바람둥이”라 표현했다.
아랍권 시청자들은 사미르의 장면을 보고 아랍 문화를 비하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각종 SNS에 ‘#KdramaOffendsTheArabs’이라는 해시태그를 달며 분노를 드러냈다. 미국 리뷰 사이트 IMDB에 따르면 논란이 불거진 지난 10일 사우디아라비아 국적 회원의 98.8%, 아랍에미리트 회원의 93.1%가 ‘킹더랜드’의 평점을 10점 만점에 1점을 줬다.
JTBC의 첫 해명은 사태에 기름을 부었다. JTBC는 “드라마에 등장하는 인물, 지역, 지명 등은 가상의 설정이며 특정 문화를 희화화하거나 왜곡할 의도가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아랍 전통 의상을 입고, 세계 부자 순위 13위인 부호로 그렸으면서 ‘가상의 설정’을 운운한 것이다. 명백히 아랍 문화에 대한 편향적 시각을 보여줬음에도 해명이 어설프니, 국내외 시청자들의 반발도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았다.
결국 심상치 않은 여론을 의식한 JTBC는 3일 뒤인 13일 공식 SNS를 통해 아랍어로 된 사과문을 뒤늦게 게재했다. JTBC는 “상당한 경험 부족, 다른 문화에 대한 흡수력 부족, 배려 부족으로 인해 이번 일이 발생했다”고 사과했다. 제작사는 넷플릭스와 협의해 해당 장면의 편집을 진행 중이다.
’킹더랜드’는 넷플릭스를 통해 190개국이 넘는 나라에 공개되고 있고, 시청 순위도 상위권인 화제작이다. 방송사는 글로벌 시청 순위를 대대적인 홍보 수단으로 활용하면서, 글로벌 시청자들을 감안한 내용상의 고찰은커녕 논란에 대한 올바른 대처에도 한 발 늦는 모습을 보였다. 만약 문화 왜곡 논란이 처음 제기됐을 때부터 과감히 편집을 결정하고 진심어린 사과를 건넸다면 ‘킹더랜드’를 바라보는 글로벌 시청자들의 시각이 조금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K콘텐츠는 내수시장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소비되고 있다. K콘텐츠의 위상이 높아져 박수 갈채를 받는 건 좋아하면서, 타문화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콘텐츠를 내놓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다. 타문화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없는 콘텐츠 하나가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에 대한 인식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