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감독님께서 기도하신다던데. 안 아파야겠습니다."
양의지(36·두산 베어스)가 후반기에도 이승엽 감독이 미소지을 수 있게 해줄까.
양의지는 2023 KBO리그 전반기 동안 75경기에 출전해 타율 0.335(248타수 83안타) 8홈런 40타점 31득점, 출루율 0.438과 장타율 0.496을 합친 OPS 0.934를 기록했다. 타율 2위, OPS 3위, 출루율 2위 등 균형잡힌 성적으로 두산 타선의 중심을 지키고 있다.
사실 놀라울 게 없는 성적표다. 지난 2015년 이후 양의지는 쭉 KBO리그 최고 포수 자리를 지켜왔다. 특히 2018년 이후에는 아예 KBO리그 최고 타자로 군림해왔다. FA(자유계약선수) 자격 재취득 직전 시즌인 2021년 타율 0.283이 부진해보일 정도로 활약이 꾸준했다. 30대 후반을 향해가는 그에게 친정팀 두산이 최고 152억원(기간 4+2년)의 계약을 안긴 것도 그래서였다. 팀으로 돌아온 프랜차이즈 스타가 성적도 좋으니 올스타에 합류한 건 당연지사.
15일 올스타전에 앞서 팬 사인회와 함께 취재진을 만난 양의지는 "올스타전은 올 때마다 기분 좋다. 팬분들께 선택받아 온 것이니 굉장히 영광스럽고 항상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두산 팬들이 하루에 세 번씩 꼬박 투표해줬다고 하셨다. 감사하다. 그래서 (올 시즌) 더 열심히 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올 시즌 양의지는 타격 성적만 좋은 게 아니다. 도루 저지율 66.7%의 강견에 도루 성공률 100%(6개)를 자랑한다. 포수에 나이까지 많은 베테랑이다. '당연히' 빨라서는 아니다. 통산 52도루로 스스로 "나보다 느린 포수는 두 명 봤다"고 이정할 정도로 느린 편이다. 팀 작전 상황을 따르고 상대 투수와 내야 수비를 면밀히 관찰해 얻은 결과물에 가깝다. 물론 행운도 크게 작용했다.
양의지는 "100% 성공률이라 기대가 높다. 한 개만 더 하면 커리어 하이"라며 "고영민 코치님의 타이밍 덕분인 거 같다. 코치님께서 '가'라고 하면 되더라"고 웃었다. 그는 "나보다 도루가 적은 선수들은 반성해야 한다"는 농담도 덧붙였다.
팀 리더로서 개인 성적보다 기쁘게 다가올 부분이 팀 성적이다. 양의지는 "연승으로 마친 것도 있고, 연승 중인데 이렇게 끊겨서 분위기가 멈출까봐 그것도 걱정이다. 좋은 흐름으로 갈때는 계속 쭉 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며 "(연승 중이라) 덜 힘든 것 같다. 힘든 경기를 해도 이기면 다음날 경기해도 덜 피곤하다. 하지만 지면 데미지가 있는 거 같다"고 했다. 이어 "다음 경기 상대가 KIA 타이거즈다. KIA도 우리와 같이 기세가 좋다. 준비를 잘해야할 거 같다"고 했다. KIA전에서 두산이 2연승을 추가하면 구단 역대 최다기록이자 신임 감독 최다 타이기록인 11연승을 거둘 수 있다.
양의지는 사령탑 이승엽 감독에게도 감사를 전했다. 전반기 두산에 돌아와 뛴 소감을 묻자 양의지는 "'이승엽 감독님과 야구를 하고 있구나' 싶었다. 감독님하고도 선수 때 많이 사적인 이야기를 나눈적은 없지만, 경기장에서 많이 뵀다. 상황에 따라 감독님 반응이 좋으니 재미있는거 같다"며 "언젠가는 감독을 하셔야 할 분이라고 생각을 했다. 그 분이 감독이 됐고 내가 그 팀에서 같이 뛸 수 있다는 게 영광스럽다"고 돌아봤다.
양의지는 "안 좋을때는 배려해 주신다. 지명타자로 나가는 등 조절을 해주신다. 충분히 경기하면서 좋은 컨디션으로 출장할 수 있는 거 같다"며 "기사로 보니 감독님께서 (나 때문에) 기도를 하신다고 한다. 안아파야겠다"고 웃었다. 후반기는 더 많이 마스크를 쓰고 싶다고 했다. 그는 "포항에서 마지막 6경기는 포수로 다 나간다고 했는데 한 경기만 나갔다. 후반기에는 더 나갈 수 있도록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