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영(25·두산 베어스)은 '레드 카펫' 위에 첫발을 내디뎠다. 경기고를 졸업하고 2016년 1차 지명을 받아 NC 다이노스에 입단했다. 투수와 타자 모두에 재능이 있었다. 고민 끝에 투수를 선택했다. 김경문 당시 NC 감독에게 '끝판왕' 오승환(삼성 라이온즈)을 연상하게 한다는 극찬을 받았다.
잠재력을 터뜨리기도 전에 팔꿈치 부상이 찾아왔다. 재활 치료 후 야수로 돌아왔지만, 인상적인 모습은 보여주지 못했다. 결국 NC가 박세혁을 FA(자유계약선수)로 영입할 때 보상선수가 돼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두산에서는 천천히 나아갔다. 지난해 10월 수술받은 어깨 재활 훈련을 마치고 5월 말 퓨처스(2군)리그에 출전했다. 28경기에서 타율 0.258 4홈런 10타점을 기록했다. 최근 11경기로 범위를 좁히면 타율이 0.333이다. 홈런 4개는 최근 5경기에서 나왔다. 실전 감각을 되찾았다고 본 두산은 박준영을 지난 7일 1군에 콜업, 주전 3루수였던 허경민을 대체했다.
선택은 적중했다. 박준영은 7일을 시작으로 1군 4경기에서 타율 0.417(12타수 5안타) 1홈런 맹타를 휘두르며 두산이 9연승을 달리는 데 힘을 보탰다. 안타 5개 중 4개가 장타일 정도로 타격감이 뜨겁다.
본지와 만난 박준영은 "아직 몇 경기 하지 않았지만, 지금의 좋은 감각을 유지하려고만 생각한다"고 최근 활약에 대한 소감을 전했다. 그는 "늦게 1군에 올라왔다고 해서 조바심이 들진 않았다. 오히려 마음을 더 편하게 먹었고, 더 많이 준비할 수 있었다. 그게 내게도 더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돌아봤다.
2군에 머무르면서 일부 재조정도 거쳤다. 박준영은 "퓨처스에서 큰 틀의 변화를 주진 않았다. 타격 리듬이나 투수와 싸우는 법을 연구했고, 이전과 다르게 접근했다"며 "수비에서는 타구 바운드를 맞추는 요령 등 작은 면에서 변화를 주려고 했다. 그렇게 하니 마음을 더 편하게 먹게 됐다"고 설명했다.
성공보다 실패를 더 겪어본 박준영이 가장 경계하는 건 조바심이다. 그는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자'고 생각하고 1군에 올라왔다. 첫 타석에서 좋은 타구가 나왔다"며 "반대로 '무조건 잘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면 이런 기록이 안 나왔을 것 같다"고 했다.
그는 "NC 시절에는 무조건 잘하려 했다. 기록에 신경 썼다. 지금은 한 경기, 한 타석에만 집중한다. 잘되지 않더라도 그 안에서 잘된 부분이 무엇이 있을지 긍정적으로 보고 찾게 됐다. 그게 쌓이면 나중에 (결과도) 좋아지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1군에서 자리 잡지 못하는 선수들에게는 '생존에 대한 절박함'이 따라온다. 실패를 통해 단단해진 박준영은 다르게 생각하기로 했다. 그는 "너무 절박하면 오히려 마음이 조급해진다. 지나친 욕심은 부리지 않고 열심히 준비하면 기회를 잡을 때가 오지 않을까"라고 했다.
올 시즌 내내 야수 뎁스(선수층) 확보에 고전했던 두산이다. 유격수와 3루수를 볼 수 있는 박준영이 활약해 준다면 천군만마다. 박준영은 "주전 욕심이 없다면 솔직히 거짓말"이라면서도 "하지만 (두산 내야에는) 확실한 주전 선배들이 계신다. 의욕이 앞서면 오히려 결과가 안 좋으니 그런 생각에는 너무 깊게 빠지지 않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