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수 에릭 페디(30·NC 다이노스)가 13년 만에 1점대 이하 평균자책점에 도전한다.
페디의 평균자책점은 21일 재개하는 KBO리그 후반기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전반기를 평균자책점 1.71로 마친 그가 후반기에도 페이스를 이어 나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1982년 프로야구 출범 후 규정이닝 1점대 이하 평균자책점은 총 26차례 나왔다. 공교롭게도 대부분의 기록이 2000년 이전에 몰렸다. 21세기엔 2010년 류현진(당시 한화 이글스)이 처음이자 마지막 기록을 세웠다. 그해 류현진은 25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82를 기록, 1998년 정명원(당시 현대 유니콘스·1.86) 임창용(당시 해태 타이거스·1.89) 이후 멈춰 있던 시계를 12년 만에 돌렸다.
규정이닝 1점대 이하 평균자책점은 이후 10년 넘게 명맥이 끊겼다. 풀타임 가깝게 시즌을 소화하면서 안정된 성적까지 유지해야 하는 만큼 달성하기 어렵다. 페디는 두 가지 부문 모두 합격점을 받을만하다. 특히 실점이 많지 않다. 한 경기 최다 자책점이 3점에 불과하다. 선발 등판한 15경기 중 13경기를 2자책점 이하로 막았다. 대량 실점이 없으니 1점대 평균자책점이 꾸준히 유지된다.
페디는 본지와 인터뷰에서 "(메이저리그에서) 류현진과 직접 승부해본적은 없지만 (어떤 선수인지) 잘 알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13년 만에 대기록에 도전한다는 얘길 듣지만) 성적은 최대한 신경 쓰지 않으려고 한다. 지금 집중해야 하는 건 경기 후 회복과 다음 경기 등판을 준비하는 과정 등이다. 후반기에는 사사구와 피홈런을 줄여야 하는데, 이거 말고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NC는 페디와 계약 후 바로 그의 적응을 도왔다. 페디는 "구단 측에서 KBO 공인구를 빠르게 전달해 줬다. 나 역시도 비시즌 많은 훈련을 통해 좋은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했다"며 "(등판 경기마다) 많은 점수를 뽑아준 타자들 덕분에 심리적으로 큰 힘이 됐다. 상대 타자와의 승부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팀원들과 함께 만든 스탯(기록)이기 때문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고 자랑스러워했다. 올 시즌 페디의 경기당 득점 지원(R/G)은 5.47로 규정이닝 투수 중 1위. 팀 타선의 화끈한 득점 지원에 힘입어 전반기에만 리그 최다 12승(2위는 LG 트윈스 아담 플럿코·11승)을 따냈다.
특히 홈 경기 평균자책점이 1.67(원정 1.73)로 뛰어나다. 현역 빅리거 출신인 페디는 "KBO리그는 매우 활기가 넘치는 리그다. 좋은 타자와 투수들이 많다는 걸 느낀다"며 "특히 (홈구장으로 사용하는) 창원 NC파크는 그 어떤 야구 시설보다 경기에 집중하기 좋다. 전력 분석 등이 잘 돼 있어 많은 도움을 받는다"고 공을 돌렸다.
1점대 평균자책점을 욕심내지 않는다. 팀의 에이스로 포스트시즌 진출 경쟁을 이끄는 게 더 중요하다. NC는 39승 1무 38패로 전반기 5할 승률에 턱걸이 했다. 5위 롯데 자이언츠(38승 39패)에 한 경기 앞선 4위. 페디는 "팀이 나에게 어떤 역할을 원하는지 알고 있다. 팀을 위해 내 역할에 집중하겠다. 개인 타이틀은 추후 문제라 생각한다"며 "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