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고가의 수입차 판매가 1년 전보다 크게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오는 9월 법인차 '연두색 번호판' 제도 시행을 앞두고 미리 고가 차량을 법인 명의로 사 두려는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25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수입 승용차 신차 등록 대수는 13만2013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3648대) 줄었다.
하지만 고급차 판매는 되레 많이 증가했다. 특히 1억원 이상 고가차 판매는 3만7239대로 전년보다 9.3% 늘었다. 1억5000만원 이상 초고가 차량의 경우 상반기 1만5926대를 판매하며 전년대비 무려 38% 상승했다.
브랜드별로 보면 포르쉐는 올해 상반기 6241대를 판매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 급증했다. 이는 이미 역대 연간 최대 판매 기록이었던 지난해 전체 판매 대수(8963대)의 70% 가까운 수준이다.
같은 기간 벤틀리 판매량은 389대로 전년대비 9.2% 늘었고, 람보르기는 182대(21.3%↑), 페라리 163대(14.7%↑), 롤스로이스 156대(24.8%↑) 등으로 전년대비 판매가 올랐다.
이처럼 수입 고급차 판매가 급증한 이유는 법인 구매가 늘었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판매된 1억원 이상 수입차 중 법인으로 판매된 물량은 2만4014대로 전체의 64.5%를 차지했다.
법인차 중에는 CEO(최고경영자) 등 임원에게 제공되는 업무용 차량도 포함된다. 하지만 업무와 연관성을 찾기 힘든 수억 원짜리 스포츠카도 법인차로 다수 판매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오는 9월 법인차 전용 번호판 제도 시행 전 미리 차량을 사려는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법인차 전용 번호판 제도 도입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제도다. 법인차량에 연두색 번호판을 부착해 식별 효과를 줘 사적으로 차량을 사용하는 것에 경각심을 일깨우겠다는 취지다.
제도 시행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은 만큼 다음 달까지 법인 고가 수입차의 판매는 늘어날 전망이다. 제도 시행 이전까지 등록된 법인차에는 관련 제도가 소급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미 등록이 완료된 법인차는 기존과 동일한 흰색 번호판을 달게 된다는 뜻이다.
정부는 기존에 등록된 법인차의 번호판을 바꾸는 것이 인프라 부족 등에 따라 쉽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지난 1월 공청회에서 올해 하반기 제도를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는데, 적용 대상을 조정하며 예상보다 시행이 다소 밀렸다"며 "지금 9월 얘기가 나오는데 그전까지 고가 수입차 판매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