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과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을 양분한 삼성전자가 앞날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안드로이드 진영 대표주자의 입지로 오랜 기간 다져왔던 점유율이 잘파세대(Z세대와 알파세대 합성어·1990년대 중반 이후 태어난 세대)를 중심으로 크게 흔들리고 있어서다.
아이폰은 특유의 감성으로 젊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필수 아이템으로 자리매김하며 갤럭시 본진인 한국 시장마저 위협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폴더블폰 신제품은 차별화한 디자인과 사용성으로 '10·20세대 사로잡기'라는 특명을 받았다.
삼성전자는 26일 저녁 8시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삼성 갤럭시 언팩 2023'을 개최한다.
사상 최초로 국내에서 열리는 이번 행사에서 '갤럭시Z 플립5'(이하 갤Z플립5)와 '갤럭시Z 폴드5'가 베일을 벗을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는 국내에서 80% 안팎의 압도적인 점유율로 1위 자리를 공고히 하고 있지만 미래 고객인 잘파세대의 마음이 아이폰에 쏠려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이달 10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18~29세의 아이폰 이용률은 65%에 달했다. 갤럭시가 32%, LG 스마트폰이 1%로 뒤를 이었다.
갤럭시 56%, 아이폰 41%를 나타낸 30대를 기점으로 취향이 확 갈렸다. 40대와 50~60대의 갤럭시 이용률은 각각 78%, 85% 이상을 기록했다.
특히 젊은 여성의 아이폰 사랑이 눈길을 끈다. 18~29세 응답자 중 아이폰을 보유한 여성은 71%로, 남성(60%)보다 10%포인트가량 더 많았다.
충남 예산에 거주하는 이 모 씨(24)는 4년째 아이폰을 쓰고 있다. 그는 "갤럭시를 써볼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며 "'에어드롭'을 자주 쓴다"고 말했다. 아이폰을 구매한 이유로는 친구의 아이폰과의 연동, 카메라 성능을 꼽았다.
에어드롭은 근처에 있는 다른 애플 기기와 사진·문서 등을 공유하는 기능이다. 복잡한 절차 없이 빠르게 주고받을 수 있다.
익명의 이용자에게도 웃긴 사진 등을 보낼 수 있어 일종의 놀이처럼 번지기도 했다. 어린 학생들은 아이폰 없이는 친구들과 어울리는 데 한계가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아이폰12' 미니 모델을 사용 중인 서울 사는 이 모 씨(25)는 "화면이 접히는 폴더블폰은 액정이 고장 날까 두려워 차라리 기존 바 형태의 제품을 쓰는 것이 편하다"고 말했다.
6년 전부터 아이폰만 고집하는 경기도 고양시의 옥 모 씨(22)는 "삼성페이 때문에 갤럭시를 써볼까 하다가도 깔끔한 디자인과 기능이 마음에 들어 계속 아이폰을 사게 됐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애플은 잘파세대를 겨냥한 마케팅을 공격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10대들의 선망의 대상으로 떠오른 걸그룹 뉴진스와 마케팅 파트너십을 맺고 신곡 뮤직비디오 등을 선보이며 '아이폰=대세' 공식을 만들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삼성전자 텃밭인 서울 강남에 다섯 번째 공식 매장을 열어 오프라인 접점을 확대했다.
글로벌로 눈을 돌려도 애플은 막강한 위엄을 과시한다. 최대 시장이자 '외산의 무덤'으로 여겨지는 중국에서 현지 브랜드와 왕좌를 다투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올해 1분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 현황을 보면 애플은 점유율 19.9%로 오포·비보·아너 등 중국 제조사들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역대 최고 점유율이다.
지난해 중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스마트폰 순위에서는 '아이폰13' 시리즈가 1~3위를 독식했다.
이처럼 예사롭지 않은 애플의 공세에 삼성전자도 디자인 혁신에 온 힘을 쏟았을 것으로 보인다. '아재폰'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서다.
갤럭시 수장 노태문 MX(모바일 경험)사업부장이 작년부터 디자인경영센터장을 겸임하는 이유다.
노태문 사장은 지난 19일 올린 기고문에서 "새로운 디자인 방향성을 반영해 갤럭시 폴더블은 더욱 본연의 기능과 사용성에 충실하게 정제된 디자인을 구현했다"고 자신했다.
갤럭시 폴더블폰 신제품은 디자인과 설계에 대대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물방울 힌지(접히는 부분)를 새로 도입해 두께가 얇아지고 전작과 달리 완벽하게 접힐 것으로 추측된다. 갤Z플립5의 경우 커버 디스플레이가 3.4인치로 두 배 가까이 커져 활용도가 한층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