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 달라진 박신자컵이 온다. 규모는 국제대회급으로 커지고, 국가대표 선수들을 비롯해 주전급 선수들이 출격한다. 그만큼 대회 위상도 크게 오를 전망이다. 대회가 시작된 지 8년 만에 찾아온 새로운 전환점이다.
한국여자농구연맹(WKBL)은 8월 26일부터 9월 3일까지 청주체육관에서 2023 우리은행 박신자컵을 개최한다. 이 대회는 1967년 세계선수권 준우승 주역인 박신자 여사의 이름을 따 2015년 창설된 대회다. 그동안 박신자컵 서머리그였던 대회 이름은 올해부터 박신자컵으로 바뀐다.
그동안 이 대회는 어리거나 비주전 선수들이 출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주전급 선수들은 아예 대회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않는 경우도 있었을 정도다. 팀 지휘봉도 감독이 아닌 코치가 잡았다. 여자농구를 대표하는 레전드의 이름을 딴 대회인데도 정작 대회 위상은 떨어진다는 지적이 꾸준하게 나왔다. 퓨처스리그(2군리그)와 대회 성격이 겹치는 것도 고민의 대상이었다.
WKBL은 결국 올해부터 대회 분위기를 바꾸기로 했다. 우선 참가팀 수부터 확 늘었다. WKBL 6개 구단은 물론 일본 에네오스 선플라워즈와 도요타 안텔롭스, 호주 벤디고 스피릿, 필리핀 대표팀이 초청팀 자격으로 출전한다. 역대 최대 규모다. 10개 팀이 2개 조로 나뉘어 예선을 치르고 4강 토너먼트를 통해 우승팀을 가린다.
우승 상금도 1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크게 오른다. 그동안 무료입장이던 관중 정책도 올해부터는 별도 티켓 예매를 거쳐 전 좌석이 지정석으로 운영된다. WKBL은 청주시의 적극적인 협조를 받아 경기장 인근 식당 등 편의시설도 확충할 계획이다.
규모가 커진 만큼 WKBL 구단들의 대회 구상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유망주 발굴에 목적이 있던 기존 대회와 달리 참가팀 엔트리에 무게감이 느껴진다.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위해 소집 훈련 중인 대표팀 선수들도 대회 기간엔 잠시 소집 해제, 각 소속팀에 복귀한다. 지휘봉 역시 정규리그처럼 감독이 잡는다. 주축 선수들의 출전 여부는 각 팀의 몫이지만, 달라진 엔트리나 대회 규모 등을 고려할 때 예년과 다른 경기 운영이 예상된다. 대회 위상이 오르는 건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WKBL은 올해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꾸준히 박신자컵 대회 규모를 키워가겠다는 계획이다. 선수들에겐 소중한 경험이 될 수 있고, 팬들에겐 한여름 여자농구 축제를 즐길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한국 여자농구의 발전을 위한 중요한 발판이 될 수 있음은 물론이다.
WKBL 관계자는 “외국인 선수가 없는 리그인 만큼 선수들이 해외 선수들과 부딪혀볼 수 있는 경험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동안 비주전 선수들이 많이 뛰면서 퓨처스리그와 성격도 겹쳤고, 흥행에도 어려움이 있었다. 여자농구의 대표적인 분의 이름을 딴 대회 위상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었다. 그런 걸 전환하기 위해 대회 규모를 키우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각 팀들의 엔트리를 보면 주전급 선수들도 포함이 됐다. 확실히 기존 대회와 달라진 게 느껴진다. 관중이 많이 찾아 주시면 대회 분위기 자체도 크게 달라질 것 같다. 앞으로 아시아뿐만 아니라 다른 대륙에 있는 팀들도 초대해서 박신자컵 규모를 더 키워가겠다는 게 연맹의 방침”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