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신과함께’ 시리즈로 쌍천만 신화를 이뤄낸 김용화 감독이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대한민국 최초 유인 달 탐사를 소재로 한 ‘더 문’으로 광활한 우주를 스크린에 구현해내는 데 성공했다.
지난 2일 개봉한 ‘더 문’은 사고로 인해 홀로 달에 고립된 우주 대원 선우(도경수)와 필사적으로 그를 구하려는 전 우주센터장 재국(설경구)의 사투를 그린 영화. 김용화 감독은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우주 영화가 할리우드 전유물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 더 늦어지면 영원히 쳐다볼 수밖에 없는 영화로 남을 것 같았다”며 “이제는 우주로 나가도 되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달은 우리가 죽을 때까지 보는 가장 가까운 별이에요. 지구의 인력 때문에 항상 가까이 존재하는 거죠. 좋든 싫든 끌어당기는 인력을 사람과의 관계에 비유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우리가 볼 수 있는 건 달의 앞면이지 뒷면이 아니잖아요. 달 뒷면을 소재로 한 영화는 아직 못 봤어요. 앞면은 따뜻하고 판타지를 주는 게 있는데 뒷면은 칠흑같이 어두워서 공포감을 주거든요. 양면을 띠는 아이러니가 영화적으로 좋은 설정이지 않을까 했죠.”
‘더 문’의 제작비는 약 280억 원. 김용화 감독은 예산 대비 높은 효율성을 위해 작업에 공을 들였다. VFX 작업에 61억 원을 썼고 프리 프로덕션에만 7개월 넘게 매달렸다. 김용화 감독은 “‘더 문’은 4K 고해상도 카메라로 촬영됐다. 샷 수를 줄이고 완성도를 높이는데 주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할리우드 SF 영화는 VFX에 제작비 50%가 쓰여요. ‘그래비티’의 경우 제작비가 1000억 원이 넘게 들었으니, VFX에 500억 원이 드는 거죠. 우리는 VFX에 61억 원을 사용했는데, 한국 영화 시장을 생각했을 때 그 이상의 예산을 쓰는 건 무리라고 생각했어요.”
김용화 감독은 ‘더 문’의 주인공으로 도경수를 선택했다. 도경수는 앞서 ‘신과함께’ 시리즈를 통해 김용화 감독과 만난 바 있다. 달 탐사 대원 황선우 역에 도경수를 캐스팅한 이유를 묻자 김용화 감독은 “인지도는 있지만, 잠재적 가치가 있는 배우를 원했다. 그런 배우가 훨씬 유리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주연은 두 시간을 이끌어야 하잖아요. 이 영화를 보고 나면 ‘도경수가 아니면 상상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게 할 자신이 있었어요. ‘신과함께’ 캐스팅 때 도경수가 속한 그룹인 엑소의 ‘으르렁’을 처음 들었는데 그렇게 노래를 잘하고 재능이 많은 사람인지 몰랐어요.(웃음) ‘더 문’에서 와이어 액션도 운동신경이 뛰어나지 않으면 못 하는데 완벽에 가깝게 해냈죠. 무술팀, 와이어팀도 많이 놀랐어요.”
김용화 감독은 영화를 통해 위로를 주고 싶다고 밝혔다. 합리적인 일보다 부조리하고, 불합리한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훨씬 많다며 “모든 사람들은 위로받아야 하는 존재”라고 강조했다.
“어릴 때 이런 이유로 영화인을 꿈꿨어요. 감정적으로 과해지면 그걸 신파라고 표현하시는데 영화는 희로애락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물론 이 감정이 느닷없이 나오느냐 플롯 안에 녹아 있느냐의 문제겠죠. 전 5점 만점짜리 영화는 없다고 생각해요.”
올해 여름에는 ‘더 문’을 포함해 ‘밀수’, ‘비공식작전’,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경쟁을 펼친다. 이에 대해 부담감이 없는지 묻자 “없다면 거짓말”이라며 웃었다.
“한 달 전부터는 생각이 단순해졌어요. 중요한 건 내 영화가 가치가 있느냐 없느냐예요. 다른 작품들 성적이 안 좋다 하더라도 제 영화가 잘 되진 않아요. 쉬는 동안 괜찮은 시나리오 있으면 하고 싶어요. 가벼운 코미디나 ‘스타이즈본’, ‘라라랜드’ 같은 작품들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