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의 LA 다저스 시절 동료였던 알렉스 버듀고(27·보스턴 레드삭스)가 때 아닌 지각 논란에 휩싸였다.
버듀고는 지난 6일(한국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의 펜웨이파크에서 열린 2023 메이저리그(MLB) 정규시즌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홈경기에 5번타자·우익수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그런데 경기 시작 2시간 3분 전 돌연 이름이 사라졌다. 보스턴은 버듀고 대신 아담 듀발을 선발 출전시켰다.
리그 공식 홈페이지인 MLB닷컴 등 현지 언론은 버듀고가 지각한 게 원인이라고 짚었다. 이날 버듀고는 경기 시작 약 2시간 전에야 출근했다. 일반적으로 선수들이 4시간 전 출근하는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지각이다.
코라 감독은 경기 전 "버듀고는 오늘 경기에 출장하지 않는다. 그를 뛰게 하지 않기로 했다"며 "팀 차원에서 한 걸음 물러났다. 보스턴이 (포스트시즌을 향해) 앞으로 나아가려면 모든 선수가 매일 경기에 뛸 수 있게 준비되어야 하는데 그런데 그럴 수 없었다. 감독으로서 나도 이 일에 책임을 져야 한다. 버듀고를 경기에 내보내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버듀고는 이에 대해 "감독의 결정이고, 존중한다. 그는 감독이고 팀의 수장이다. 내게도 책임이 있지만 결정은 감독의 몫"이라며 "이 결정이 팀에 피해를 끼칠 지 도움을 줄 지 알 수 없지만, 여러 측면에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난 선수로서 매일 경기에 뛰고 싶다. 벤치에서 경기를 보는 게 조금 힘들었다"고 했다.
경기라도 이기면 다행이지만, 결국 보스턴은 토론토에 4-5로 패했다. 이로서 최근 3연패에 빠진 보스턴은 57승53패(승률 .518)로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5위, 와일드카드 6위가 됐다. 포스트시즌 커트라인인 3위 토론토(62승50패)와 격차는 4경기. 추격이 쉽지 않아졌다. 보스턴은 7일 토론토전 역시 패하며 가을야구 경쟁에서 점차 멀어지는 중이다.
버듀고 영입 당시에만 해도 그의 실력 및 멘털 성장을 바랐던 보스턴으로서는 영 찜찜한 '사고'다. 보스턴은 지난 2020년 버듀고를 트레이드로 영입했다. 딩시만 해도 버듀고는 다저스에서 막 가능성을 꽃피운 신진 외야수였다. 2019년 류현진이 다저스에서 마지막 시즌을 보낼 때 공수에서 힘을 보탠 '류현진 도우미'기도 했다.
다저스는 그런 버듀고를 보스턴에 보냈고, 블록버스터 트레이드를 통해 반대 급부로 무키 베츠를 영입했다. 당시 베츠는 2018년 아메리칸리그 MVP로 마이크 트라웃 다음으로 당대 최고로 불렸다. 보스턴은 그런 베츠와 연장 계약을 맺지 못했고, 재정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데이비드 프라이스와 함께 다저스로 '처분'하길 원했다. 그리고 당시 보스턴이 받은 가장 핵심 매물이 버듀고였다.
당시 베츠는 매년 평균 6.5 안팎의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을 기록하는 특급 선수였고, 다저스 이적 후에도 비슷한 페이스를 이어가고 있다. 팬그래프 기준 지난해 6.5를, 올해는 벌써 5.9를 쌓았다. 반면 버듀고는 아직도 다저스에서 기록했던 2.1을 넘어선 적이 없다. 올 시즌 2.0을 쌓아 다저스 기록은 넘을 수 있으나 다소 평이한 커리어를 이어가고 있다.
실력으로 베츠를 넘지 못하는 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멘털에서 이야기가 나오는 건 보스턴 입장에서 씁쓸하다. 보스턴 시절에도 성실한 자세로 칭찬받았던 베츠는 다저스 이적 후 완전한 벤치 리더로 팀을 이끌고 있다. 지각은 상상도 할 수 없다. 모든 게 보스턴의 완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