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예정됐던 전북 현대와 인천 유나이티드의 FA컵 준결승 경기가 결국 연기됐다. 이틀 뒤 같은 장소에서 열릴 예정인 잼버리 콘서트 여파다. 추후 일정은 미정인데, 인천 구단은 관련 내용에 대해 아무련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통보만 받은 데다 대회 규정에도 어긋날 만한 대목이 있어 적잖은 논란이 예상된다.
7일 축구계에 따르면 대한축구협회(KFA)는 이날 인천 구단에 공문을 보내 9일 예정됐던 전북과의 FA컵 연기를 공지했다. 당초 제3구장 등 다른 경기장에서 개최될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KFA는 아예 다른 날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두 팀의 FA컵 준결승전을 치르기로 했다. 인천 구단도 공식 채널을 통해 이같은 소식을 전했다.
KFA는 공문을 통해 “진행 중인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행사로 인해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개최 예정된 2023 하나원큐 FA컵 준결승 경기 운영이 불가하다고 판단했다”며 “다수의 축구팬들이 함께 할 수 있는 FA컵 준결승이 될 수 있도록 일정을 변경해 경기를 진행하고자 하니 양해를 부탁드린다. 연기된 경기 일정은 추후 공지하도록 하겠다”고 통보했다.
이를 접한 인천 선수단은 전주에서 인천으로 다시 이동 중이다. 인천은 지난 주말 K리그 경기에 이어 주중 FA컵까지 전북 원정 2연전을 준비하며 계속 전주에 머무를 예정이었다. 숙박 등 취소 위약금 등은 모두 인천 구단이 부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KFA의 이번 FA컵 연기 결정으로 또 다른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대회 규정에 따라 경기 연기가 아닌 인천 홈에서 경기가 열릴 수도 있었던 데다, 모든 과정이 KFA의 일방적인 결정과 통보로 이뤄진 탓이다.
FA컵 대회 규정 제15조(경기 장소의 결정)에는 '경기장 시설이나 중계방송, 기타 사유 및 불가항력적인 상황 등에 따라 경기 장소가 조정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특히 홈 클럽이 경기 개최를 포기한 경우엔 원정팀 홈에서 경기를 개최토록 돼 있다. 만약 홈팀인 전북이 경기 개최를 포기했다고 해석되면, 규정상 경기 연기가 아니라 원정팀 인천의 홈에서 준결승 경기가 정상적으로 개최되어야 하는 것이다.
관건은 홈팀 전북이 ‘경기 개최를 포기했다’고 해석할 수 있는지 여부다. 전북이 9일 예정된 경기를 치르지 못하는 건 11일 같은 장소에서 잼버리 행사의 일환인 케이팝 콘서트가 열리기로 결정됐기 때문이다. 시설물 설치 작업을 고려하면 FA컵 경기 개최 자체가 불가능하다. 콘서트 확정 직후 전북이 경기 연기 또는 제3의 경기장 개최 등을 요청한 배경이다.
다만 콘서트 개최가 엄밀히 말해 ‘일방적인 통보’까지는 아니었다는 점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다. 축구계에 따르면 주최 측은 콘서트 확정 발표 전날인 지난 5일 전북 구단에 콘서트 개최 가능 여부를 문의했고, 허병길 대표이사가 ‘협조하겠다’는 취지로 답해 성사됐다. 김관영 전북도지사가 “전북 구단이 K팝 콘서트를 위해 협조해 줘 매우 감사하다”고 밝힌 배경으로도 풀이된다. 물론 지자체는 물론 정부까지 개입한 행사라 애초에 거부 자체가 힘든 ‘사실상 통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지만, 어쨌든 구단이 콘서트 개최에 협조한 만큼 이를 경기 개최 포기 의사로 해석할 만한 여지도 충분하다.
무엇보다 인천 입장에서 가장 아쉬운 건 이같은 과정에서 아무런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연기 결정을 통보받았다는 점이다. 특히 경기 장소 변경과 관련해선 대회 규정에 명시가 돼 있는 내용인데도 명확한 설명이 없고, 향후 일정 등에 대한 협의조차 없이 일방적으로 연기가 결정됐으니 답답하기만 한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인천이 향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일정 등이 예정돼 있어 경기 일정 조율이 쉽지 않은 데다, 모든 사태의 원인이 된 잼버리 콘서트가 돌연 전주도 아닌 서울에서 개최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공문을 통해 경기 연기가 결정돼 선수단이 인천으로 복귀하고 있는 상황이라 KFA 입장에선 연기 결정을 번복하기도 어렵다. 이래저래 상황이 꼬여버린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