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하지도 못하게 홈런이 나왔다. 치자마자 '잡혔다' 생각했는데 바람이 많이 불더라. 그 영향으로 담장을 넘어간 것 같다."
구자욱(삼성 라이온즈)이 KBO리그에서 가장 먼 잠실 중앙 담장을 넘겨 팀 승리에 공헌했다.
구자욱은 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KBO리그 정규시즌 두산 베어스전에 3번 타자·우익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2안타(1홈런) 1볼넷 1타점 1득점 활약을 펼쳤다. 특히 1-2로 팀이 밀리던 6회 초 결정적인 중월 홈런을 쏘아올려 팀이 6-4 역전승을 이루는 발판을 마련했다.
무엇보다도 국내에서 가장 멀고 홈런을 치기 어렵다는 잠실구장 중앙 담장을 넘긴 의미가 컸다. 상대 에이스 라울 알칸타라가 자랑하는 주 무기 스플리터를 걷어올려서 비거리 128.4m에 달하는 타구를 만들었다. 타구 속도도 166.4㎞/h에 달했다.
삼성 구자욱. 삼성 라이온즈 제공
경기 후 만난 구자욱에게 '고난이도' 홈런 비결을 물으니 "바람이 분 것 같다"며 고개를 낮췄다. 구자욱은 "예상하지도 못하게 홈런이 나왔다. 사실 (상대 중견수인) 정수빈 형이 너무 잘 쫓아가서 치자마자 '잡혔다' 생각했는데 바람이 많이 불더라. 그 영향으로 담장을 넘어간 것 같다"고 웃었다. 이어 홈런을 치고 들어오자 팀 선배 오재일이 신기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던 것에 대해 묻자 "내게 '이게 넘어가?'냐며 이야기했다. 나도 이렇게 넘어갈 줄 몰랐다. 정말 바람의 영향 덕"이라고 했다.
삼성 핵심 타자인 구자욱은 올 시즌 타격왕 경쟁의 한창이다. 이날 전까지 타율 0.333이었는데 3타수 2안타 활약 덕에 0.337까지 더 올랐다. 구자욱은 "최근 인터뷰에서 얘기한 것처럼 정말로 홈런보다는 2루타를 많이 치고 싶다. 어차피 배트 중심에 맞히면 담장을 넘기는 게 야구다. 욕심낸다고 많이 나오는 것도 아니라 생각한다. 펜스에 맞는 타구들이 많았는데, 그래서 (홈런은) 운이라고 생각한다. 운이 좋으면 몇 개 더 나오는 것이고, 아니면 덜 나오느 것이라 안타와 2루타를 많이 치고 싶다"고 말했다.
삼성 구자욱. 사진=삼성 라이온즈
이날 승리로 삼성의 최하위 탈출 가능성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후반기 삼성이 맹추격한 덕이다. 구자욱은 "우리 선수들이 지금 너무 열심히 잘 해주고 있고 분위기도 정말 좋다. 박진만 감독님께서 후반기 분위기를 너무 잘 만들어주셔서 이렇게 선수들이 힘을 내는 것 같다"고 했다.
구자욱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게 야구다. 아직 48경기가 남았다. 야구라는 게 10연승, 20연승도 할수 있는 것이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각오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