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의 유망주 문동주(19)를 두고 구단이 고민에 빠졌다. 최원호 감독이 올 시즌 ‘최대 130이닝’으로 제한돼 있던 문동주의 투구 이닝을 더 늘릴 수 있다고 시사했다.
지난해 입단한 문동주는 구단의 철저한 관리 속에 성장해 왔다. 160㎞/h의 빠른 공을 던지는 그가 많은 이닝을 던질 경우 부상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수베로 전 감독의 의견이 있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투수로 전향한 문동주가 프로 무대에서 풀타임 선발 역할을 맡기엔 아직 무리가 있다는 판단도 따랐다.
이에 구단은 문동주에게 이닝 제한을 걸어두기로 했다. 문동주는 지난해 1군에서 28과 3분의 2이닝, 2군에서 13과 3분의 1이닝을 소화하며 체계적으로 성장했다. 올해에도 ‘아시안게임(AG) 포함 최대 130이닝’으로 이닝 수 제한을 뒀다. 문동주는 오는 9월 열리는 2023 항저우 AG 국가대표팀에 뽑혔다.
하지만 생각보다 문동주의 제한 이닝이 빨리 다가왔다. 8일까지 문동주는 1군에서만 98과 3분의 1이닝을 소화하며 어느덧 130이닝을 눈앞에 두고 있다. AG에서 소화할 이닝까지 감안한다면 산술적으로 리그에서 소화할 수 있는 경기는 4~5경기. 9월 초 아시안게임 전후로 시즌을 마감할 수도 있다.
이러한 가운데 최원호 한화 감독이 경로 수정 의사를 내비쳤다. “AG를 마친 후, 의학적 판단에 따라 관리 방법을 찾겠다”고 말했다. 계획보다 더 던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8일 수원 KT 위즈전을 앞두고 만난 최원호 감독은 “구단과 이 부분을 두고 계속 이야기하고 있다. 사실 연령별로 이닝 제한을 두기 시작한 것은 2002년 미국에서 발간한 의학 저널이 근거인데, 선수들의 몸과 환경이 각자 다르지 않나. 이를 똑같이 규정해 놓고 맞추는 것은 무리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최원호 감독은 “선수 몸 상태에 대한 소견을 낼 수 있는 건 의사뿐이다. 의사 외에 어린 선수들을 판단할 진짜 육성 전문가는 없다고 본다. 이닝 제한 (이론)보다 의사의 소견이 맞다고 본다”라면서 “문동주는 꾸준히 검진을 받고 의사 소견을 듣고 있다. AG에서 돌아온 뒤에 몸 상태를 검사해서 결정하겠다”라고 말했다.
최원호 감독도 부임 초기엔 구단이 세웠던 문동주의 이닝 제한을 유지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AG를 앞두고 휴식기를 줘서 관리하겠다는 의사도 내비쳤다. 하지만 선발진이 완전치 않은 팀 사정상 문동주의 관리 방안을 조금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문동주는 올 시즌 19경기에서 6승 7패 평균자책점 3.39의 준수한 활약을 펼치며 선발 로테이션 한 자리를 꿰차고 있다. 문동주의 관리 방안에 따라 한화의 향후 성적도 달라질 전망이다.
그렇다고 문동주를 무리시킬 생각은 없다. 검진 결과 의료진이 만류하면 120이닝 이전에도 투구를 중단시키겠다고 말했다. 최원호 감독은 “그렇다고 옛날처럼 200이닝 이상 던지게 한다는 얘기가 아니다. 누가 봐도 확실히 설득력이 있는 의학적 소견을 기준으로 삼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