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야수 최지훈(26·SSG 랜더스)이 타격 부침을 거듭하고 있다. 김원형 SSG 감독은 "내 생각엔 뜬공이 너무 많다"며 흥미로운 이야기를 꺼냈다.
최지훈의 올 시즌 타율은 9일 기준 0.261(330타수 86안타)이다. 규정타석을 채운 49명의 타자 중 타격 39위에 그친다. 7월 월간 타율은 0.182(55타수 19안타)로 채 2할이 되지 않았다. 김원형 감독은 "최지훈은 땅볼이 있어야 한다. 상대 내야수가 조금이라도 공을 더듬으면 빠른 발을 이용해 (1루에서) 살 수 있는데 뜬공이 너무 많다. 안타도 대부분 (우익수 방향) 정타"라고 꼬집었다.
최지훈의 시즌 땅볼(GO)/뜬공(FO) 비율은 0.72이다. 땅볼(86개)보다 뜬공(119개)이 많다. 땅볼/뜬공 비율 0.88을 기록한 지난해와 비교해도 뜬공이 늘었다. 김원형 감독은 거포 유형이라면 공을 띄워야 하지만 주력이 좋은 최지훈은 땅볼이 늘어나는 게 낫다고 판단한다. 빠른 발로 상대 수비를 압박하면 행운의 안타나 실책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원형 감독은 "지훈이는 내야 안타가 많아야 한다. 홍창기(LG 트윈스)만 보더라도 정타만 있는 게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홍창기의 땅볼/뜬공 비율은 1.54. 규정타석 타자 중 세 번째로 땅볼 비율이 높다. 내야 곳곳으로 인플레이 타구를 날려 3할 타율의 동력으로 삼는다. 김 감독은 "홍창기는 밀어 쳐서 내야수 키를 넘기는 안타가 많다"고 했다.
왼손 타자 최지훈은 내야 안타(9개)보다 외야 안타(76개) 비중이 압도적이다. 외야 타구는 대부분 우익수 방향으로 쏠린다. 그만큼 적극적으로 당겨친다는 의미다.
타격 스타일이 단조롭다는 건 '단점'이 될 수 있다. 김원형 감독은 두산 베어스에서 뛰었던 외국인 타자 호세 페르난데스를 예로 들며 "페르난데스는 인 앤 아웃 스윙이 분명했다. (배트에 공이) 맞는 면이 많아서 스윙이 늦어도 저쪽(좌익수 방향)으로 치고, 히팅 포인트가 앞에서 잘 이뤄지면 이쪽(우익수 방향)으로 (타구가) 나간다"고 말했다.
페르난데스는 당겨치기와 밀어치기가 모두 가능한 스프레이 히터로 KBO리그에서 뛴 4년(2019~2022) 동안 통산 723안타를 기록했다. 연평균 180.75개. 박용택 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은 "키네마틱 시퀀스(kinematic sequence)라는 게 있다. 운동 능력을 발휘하는 순서라고 할 수 있는데 하체부터 시작해 골반이 열린 뒤 턴으로 틀어지고 몸통이 열린 다음 움직이는 과정이다. 페르난데스는 이 동작이 가장 잘 된다. 그래서 배트 헤드가 늦게까지 (뒤에) 남아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김원형 감독은 "최지훈은 2스트라이크 이후 대처 능력이 조금 떨어지는 거 같다. 하체부터 중심 이동을 해서 마지막까지 방망이가 남아 있어야 콘택트를 용이하게 할 수 있다. 그러면 떨어지는 공도 쳤을 때 정타가 나온다. (최지훈은) 팔로만 스윙하니까 타구의 코스가 한정돼 있다"고 아쉬움을 내비쳤다.
최지훈은 SSG 전력의 핵심이다. '포스트 김강민'으로 불리며 주전 중견수 자리를 꿰찼다.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AG)에선 태극마크까지 달았다. 김원형 감독은 "최지훈은 지금보다 더 잘할 선수라고 생각한다"며 "한해 500타석을 소화하면서 3할을 치려면 안타 150개를 쳐야 하는데, 타격이라는 게 잘 안되지 않나. 그러면 자기 스타일을 알고 고민해봐야 할 문제"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