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스포츠 주최, 실무프로젝트(주) 주관으로 진행하는 콘텐츠·엔터 기업 기획자&마케터 취업준비생을 위한 실무프로젝트에서는 엔터산업 분야 관련 기사 작성에 관해 강의를 했습니다. 이후 조별 과제로 제출받은 칼럼 중 우수한 것들을 일간스포츠 지면과 온라인을 통해 소개합니다. 일간스포츠가 취준생 여러분을 응원합니다. <편집자 주>
“불꽃 남자 정대만, 생일 축하해!” 지하철역에서 마주친 생일 광고. 전광판 속 주인공은 올 초 인기를 끌었던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 속 캐릭터 ‘정대만’이었다. 아이돌이 아닌, 이런 캐릭터의 생일 광고를 보는 것은 생소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오늘날 K팬덤 문화의 영역은 아이돌에 국한되지 않는다. 애니메이션, 웹툰, 웹소설, 배우, 운동선수 등 팬이 존재하는 곳이라면 어느 분야든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덕질 문화’를 확산시키고 있다.
서울 모처에서는 웹소설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의 주인공인 ‘박문대’의 생일 카페가 열렸다.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모인 팬들로 인해, 카페는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여느 아이돌의 생일 카페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실존인물이 아니지만 팬들에게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다. 이들은 마치 실존 인물에게 하는 것처럼 정성스레 케이크를 준비하고, 마음을 담아 손 편지를 작성하기도 한다. 이처럼 덕질 문화는 더 이상 특정 아이돌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같은 대상을 좋아하는 다른 팬들과의 소통과 즐거움을 나누는 하나의 ‘콘텐츠’로 자리 잡은 것이다.
그동안 배우의 경우, 그 대다수가 작품 활동을 하지 않는 기간에는 팬들과의 소통이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SM엔터테인먼트의 ‘디어 유 버블’, 하이브의 ‘위버스’와 같은 팬 플랫폼의 영역이 확장되며 배우와 팬 사이의 소통을 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K팬덤 문화가 소통의 양방향성을 가능하게 하며, 배우 덕질에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한 것이다.
이처럼 K팬덤 문화는 한국의 대중문화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 끊임없이 그 형태를 바꾸며 진화하고 있다. 그러나 팬덤 자체가 가진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소통과 공감, 그리고 사랑이 그것이다. 이러한 팬덤 문화의 확장과 변화는 지금 세대의 팬들이 콘텐츠를 소비하고 이해하는 새로운 방식을 보여주며, 이는 결국 사회와 문화 전반에 변화를 초래할 것이다.
K팬덤 문화는 연예인뿐만이 아닌 유튜버, 인플루언서 등의 연반인들과 팬들의 교감에서도 윤활유로 작용하고 있다. 팬덤 명을 공식화함으로써 강화된 소속감을 느끼는 팬들은 나아가 연반인들의 팬미팅에도 열광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일례로 ‘장조림’이라는 팬덤 명을 특정한 63만 유튜버 진자림의 팬미팅의 경우 높은 경쟁률을 보이며 단 1분 만에 표가 매진됐다. 이렇듯 향상된 소속감과 함께 팬들의 참여율 또한 높아짐에 따라 팬미팅을 기획하려는 연반인들의 수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오랫동안 ‘인물’에 국한되어 있던 K팬덤 문화는 이제 ‘인물’에 그치지 않고 대중문화의 ‘장소’에까지 이르는 변화를 촉발하고 있다. 아이돌 공연장에서 비롯한 ‘떼창 문화’는 좋아하는 노래를 가수와 함께 높게 따라 부르며 나누는 즐거움이며, 이젠 영화관에서도 이루어지고 있다. ‘겨울왕국2’나 ‘보헤미안 랩소디’와 같은 영화의 싱어롱 상영관이 등장한 것이 그 증거다. 원래 침묵의 공간이었던 영화관에서 이제는 관객들이 좋아하는 노래를 함께 부르며 신나는 새로운 환경을 만들고 있다.
한때 ‘빠○○’ 등 부정적으로 표현되며 비난 받았던 아이돌 팬덤 문화가 이제는 인식의 변화를 겪으며 대중문화 전반에 스며들고 있다. 건전한 ‘덕질’은 개인의 삶에 활력을 부여하며, 즐거움을 만들어 낸다. 같은 팬덤에 속한 사람들과 즐길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는 것은 환영받을 만한 변화다. 이제 ‘덕질문화’의 가치를 인정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