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과 킬리안 음바페(이상 파리 생제르맹·PSG)가 마침내 호흡을 맞출 가능성이 커졌다. 시즌 개막 전만 하더라도 불투명했던 음바페의 거취가 최근 1군 훈련 복귀를 통해 반전을 맞이했기 때문이다. 지난 로리앙과의 개막전에서 고군분투해 현지로부터 안쓰러운 평가를 받았던 이강인 입장에선 더할 나위 없이 든든한 파트너가 생기는 셈이다.
음바페는 지난 13일(한국시간) 1군 훈련에 전격 복귀해 팀 훈련을 진행 중이다. 로리앙과의 2023~24시즌 프랑스 리그1 개막전을 치른 다음날부터 팀에 합류했다. 전날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봤던 음바페는 이날 이강인 등 선수들과 함께 훈련을 진행했다. 부산 투어 등 프리시즌 내내 팀과 동행하지 못했던 음바페는 시즌이 개막한 뒤에야 비로소 다시 호흡을 맞추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극한으로 대립하던 구단과의 갈등을 풀어가는 모양새다. 음바페가 자유계약을 통해 팀을 떠나기만을 원한 게 단초가 됐다. PSG와 음바페는 내년 여름 계약이 만료된다. PSG는 계약 연장을 원했지만, 음바페는 번번이 이를 거절했다. 결국 PSG는 올여름 음바페의 이적을 추진했다. 음바페의 뜻대로 내년여름 계약 만료를 통해 결별하면 이적료 수익을 한 푼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계약 조항에 따라 막대한 보너스까지 지급해야 했다. PSG가 최대한 빨리 음바페를 떠나보내려 했던 이유였다.
그러나 음바페의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 재계약은 거절하고, 올여름 팀을 떠나는 것도 거부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천문학적인 이적료를 제시해 이적을 추진했지만 이 제안은 음바페가 거절했다. 엄연히 계약 관계에 놓인 만큼 PSG 구단 입장에선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지난 2018년 무려 1억 8000만 유로(약 2630억원)를 들여 영입한 음바페를 자칫 내년 공짜로 내줄 수밖에 없는 처지에 몰렸다. 음바페를 프리시즌 명단에서 제외하고, 1군 훈련에서도 빼는 조치를 취한 건 음바페가 조금이라도 마음을 돌려 재계약이든, 이적이든 선택해 주기를 바랐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극적으로 갈등의 실마리를 풀어가기 시작했다. 로리앙전을 앞두고 양 측이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PSG 구단 표현을 빌리면 건설적이고 긍정적인 대화가 오갔다. 이후 음바페는 곧장 1군 훈련에 합류했다. 현지에선 이미 계약 연장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는 보도도 나오기 시작했다. ESPN은 “PSG가 음바페의 잔류를 확신하고 있다”고 내다봤다. 계약 조항은 미지수지만 어쨌든 이번 한 시즌만이라도 정상적인 동행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다. 1군 훈련 제외 등 극한 대립을 돌아보면 시즌 개막 후 찾아온 반전이다.
또 다른 월드클래스 공격수인 네이마르의 사우디아라비아 알힐랄 이적이 초읽기에 들어간 상태지만, 음바페라도 복귀하면 PSG 공격진엔 무게감이 잔뜩 실리게 된다. PSG에서만 통산 260경기에 출전해 무려 212골·98도움을 기록한 기록이 이를 뒷받침한다. 5시즌 연속 리그1 득점왕, 지난해 카타르 월드컵 득점왕 등 명실상부한 월드클래스 해결사가 최전방에 포진하는 건 PSG 입장에선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
음바페의 복귀에 화색이 도는 건 이강인도 마찬가지다. 함께 정상적으로 호흡을 맞출 수 있는 공격수가 전방에 포진하게 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이강인은 지난 로리앙과의 리그1 개막전에 선발 출전했지만 공격진에선 사실상 홀로 활약했다. 함께 호흡을 맞춘 곤살루 하무스, 마르코 아센시오 등은 현지 혹평을 면치 못한 반면 이강인을 향해서는 박수가 쏟아졌다.
당시 이강인은 오른쪽 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전해 남다른 존재감을 보여줬다. 수비수들 사이를 파고드는 드리블이나 날카로운 패스, 탈압박 능력 등을 과시했다. 패스 성공률은 88%에 달했고, 세트피스도 전담할 만큼 날카로운 킥력도 인정받았다. 프랑스 리그1 사무국이 경기 직후 경기 최우수선수격인 더 플레이어로 이강인을 선택한 건 그만큼 존재감이 남달랐다는 의미였다.
그런데도 이강인이 웃지 못한 건 팀이 무득점 무승부에 그쳤기 때문이었다. 당시 PSG는 무려 78%의 점유율 속에 슈팅 수에서도 20-4로 크게 앞섰지만 끝내 한 골을 만들지 못했다. 이강인의 고군분투도 빛이 바랬다. 특히 이강인은 당시 12개의 크로스를 시도했는데, 이 가운데 단 2개만 정확하게 연결됐다. 프랑스 매체 풋메르카토는 이를 두고 이강인의 크로스가 부정확했다는 표현 대신 “이강인의 날카로운 크로스를 받아줄 만한 선수가 PSG엔 없었다”고 안쓰럽게 평했다. 이강인의 크로스는 좋았지만, 팀 동료들의 지원이 뒷받침되지 못했다는 뜻이다.
이미 마요르카 시절에도 팀 동료들의 아쉬운 결정력 탓에 적지 않은 공격 포인트를 날려버렸던 터라, 또다시 그 아쉬움이 반복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당시만 해도 음바페의 복귀 가능성은 희박했고, 네이마르 역시 이적이 유력한 상황이었던 터라 공격진의 무게감도 크게 떨어진 상황이었다.
이런 가운데 음바페가 돌아왔으니, 이강인 입장에서도 힘이 날 만하다. PSG 이적 직후부터 주목을 받았던 이강인의 패스와 음바페의 골, 혹은 그 반대의 합작골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기 때문이다. 확실하게 골을 넣어줄 수 있는 해결사의 존재는 이강인의 패스를 더욱 날카롭게 만들어줄 수 있다. 리그1 도움왕도 올랐던 음바페의 패스를 이강인이 마무리하는 장면도 기대해 볼 수 있다. 공격 포인트 수는 덩달아 오르게 된다. 이강인에게도 분명 반가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