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는 기예르모 에레디아의 부상 이탈 속에 이달에만 영봉패를 네 차례나 당했다. 속이 까맣게 타들어 가던 김원형 SSG 감독은 지난 9일 NC 다이노스전에서 우타자 위주의 파격적인 라인업을 꺼내기도 했다.
팀 타선의 슬럼프 탈출 역할을 맡은 이는 바로 추신수다. 이달 타율 0.366(41타수 15안타)로 팀 내에서 가장 높다.
추신수의 올 시즌 성적은 2군을 다녀오기 전후로 극명하게 갈린다.
시범경기에서 타율 0.385를 기록하며 기대감을 높였으나 정작 개막 후엔 부진했다. 4월 출루율은 0.367로 높았지만, 타율이 0.184로 낮았다. 5월에도 타율(0.229)은 크게 오르지 않았다. 여기에 발목 부상까지 겹쳐 "지금은 팀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2군행을 자처했다.
추신수는 약 3주 동안 2군에 머무르며 몸과 마음을 추슬렀다. 6월 중순 1군 복귀 후 타율 0.326, 출루율 0.437, 장타율 0.519를 기록 중이다. 6월 이후 성적만 놓고 보면 타율과 OPS(0.956, 출루율+장타율) 모두 팀 내에서 두 번째로 높다. 가을이 다가오고, 팀이 순위 싸움에서 위기를 맞자 추신수는 점점 펄펄 날고 있다.
추신수는 지난 5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5안타를 몰아쳤다. 미국 메이저리그와 KBO리그를 통틀어 5안타 경기는 프로 데뷔 후 처음이었다. 이날 연장 10회 터진 5번째 안타는 6-6 균형을 깨트리는 결승타였다. 6일 롯데전에서는 팀의 최소한의 자존심을 지켰다. 이날 SSG는 롯데에 영봉패(0-1)를 당했다. 안타는커녕 출루도 추신수가 2볼넷을 얻어낸 게 전부였다. 추신수의 볼넷이 없었다면 더 큰 불명예를 남길 뻔했다.
추신수는 13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는 2-0으로 앞선 5회 1사 3루서 달아나는 희생 플라이를 기록했다. 이어 7회 말엔 2사 2루에서 삼성 이적 후 첫선을 보인 테일러 와이드너를 강판시키는 쐐기 1타점 적시타를 터뜨렸다.
추신수는 이달 득점권에서 7타수 4안타 5타점, 희생플라이 2개로 해결사 역할까지 맡고 있다.
김원형 감독은 "방망이가 앞에서 잘 나와 타격 포인트가 앞에서 잘 형성되고 있다. 이전에는 직구에 타이밍이 조금 늦었다면 요즘에는 직구를 잘 공략하고, 변화구도 잘 공략하고 있다"면서 "실투도 놓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추신수는 "매 경기 잘하고 싶은 마음뿐이다. 후반기에는 결과가 조금씩 따라와 주는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SSG는 현재 선두 LG 트윈스를 6경기 차로 쫓으면서 3위 KT 위즈에 3경기 차로 쫓기고 있다. 추신수는 "이때까지 우린 잘해왔다. 다른 팀을 의식하기 보단 오늘 경기 승리에 집중 하다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 믿는다"고 후배들을 독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