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5세대의 문이 열렸다.
서바이벌 아이돌 오디션 Mnet ‘보이스플래닛’과 MBC ‘소년 판타지’를 통해 각각 제로베이스원과 판타지보이즈가 데뷔하면서 5세대를 표방했다. 특히 제로베이스원은 지난 15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개최한 ‘팬콘서트’에 1만8000여명을 동원하며 5세대의 시작을 알렸다. 제로베이스원 멤버들은 “올해 가장 인상깊은 순간이다. 너무 행복하고 이 찬란을 시작을 함께하자”라며 5세대를 선포했다.
제로베이스원과 판타지 보이즈를 필두로 한 아이돌 5세대는 K팝 팬들이 나눈 기준이기도 하다. 일간스포츠 주최, 실무프로젝트(주) 주관으로 진행하는 실무프로젝트에 참여한 콘텐츠·엔터 기업 기획자&마케터 취업준비생들은 아이돌 5세대의 기준을 기획단계에서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두고 준비됐으며 데뷔 시점에 이미 글로벌 팬덤을 형성한 세대로 구분했다. 국내 인지도는 거의 없었지만 데뷔 6개월만에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100에 진입하며 급부상한 피프티 피프티도 5세대로 나뉜다.
그렇다 보니 5세대 아이돌은 아직 신인이지만 해외 음악 시장에 대한 자신감이 선배들과 다르다. 제로베이스원 소속사 웨이크원 관계자는 “5세대 아이돌그룹은 데뷔 때부터 해외 음악 시장을 겨냥해 만들어졌다. K팝 특유의 세계관이나 콘셉추얼한 음악을 벗어나 멤버와 음악 본연의 매력이 자연스럽게 살아나는 이지 리스닝을 추구한다”며 “전 세계인들이 모두 듣기 편한 음악을 만든다”고 차별점을 설명했다. 이어 “해외를 ‘진출’한다는 표현보다 데뷔 때부터 당연하게 하나의 활동 거점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앤데믹 이후 팬들이 직접 멤버들을 대면하면서 ‘같이 키운다’는 느낌을 얻은 세대, 콘서트가 다시 본격화된 시점도 아이돌 5세대를 나누는 기준점의 하나로 꼽힌다.
그러고 보니 벌써 5세대다. 대한민국 가요계에 본격적인 아이돌 시대가 열린 게 1996년 H.O.T.의 데뷔와 함께다. 이후 27년이 흘렀다. 세대 구분은 일반적으로 30년 주기, 아니면 10년 단위로 끊어서 세상을 구분하고 진단한다. 그러나 K팝 아이돌의 세대 구분은 이보다 훨씬 짧은 기간에 이뤄지고 있다. 다만 각 세대를 구분하는 뚜렷한 기준은 없다. 그때 그때 만들어지는 분위기다.
임진모 대중음악 평론가는 “세대론이 생겨난 이유는 아이돌 시장의 확장 때문”이라고 짚었다. 아이돌 시장은 다른 장르와 비교해 ‘산업’으로 불릴 만큼 시장 규모가 커졌다. 거대 자본이 유용될 뿐 아니라 아티스트 관련 확장성까지 지녔다. 그러다 보니 성과지표를 나누고 투자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필요에 의해 세대가 구분됐다는 게 임 평론가의 설명이다.
1세대와 2세대는 SM엔터테인먼트의 새로운 간판 그룹과 타사 그룹의 라이벌 구도가 형성된 것으로 구분됐다. 1세대는 H.O.T.와 젝스키스, 2세대는 2004년 데뷔한 동방신기에 이어 빅뱅, SS501의 경쟁구도가 그려진 시대다.
3세대는 2012년이 시작점으로 꼽힌다. 각자의 서사, 세계관을 지닌 아이돌 그룹들이 잇따라 등장했다. B.A.P, 엑소, 빅스에 이어 2013년 방탄소년단까지 글로벌 K팝 시대를 연 주역들의 시대였다. 4세대는 그야말로 전쟁이다. 그룹 뉴진스, 르세라핌, 에스파 등의 활약이 음원차트, 음악방송 등에서 두드러졌고 보이그룹 세븐틴, 스트레이키즈 등 보이그룹들은 피지컬 앨범 판매량으로 신기록을 써내며 치열한 경쟁을 이어오고 있다.
이러한 아이돌 세대 구분에 마케팅적인 요소가 포함된 것도 부정할 수 없다. 한 가요관계자는 “세대 구분은 아이돌 브랜딩 마케팅의 필요성에 의해 만들어진 부분도 있다”며 “절대적 기준은 없지만 해당 세대 음악을 새롭게 주도하고 이끌어간다는 가치를 팀에게 부여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금은 아이돌 세대구분이 팬들의 자발적인 분류 기준 마련 등 하나의 즐길거리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아이돌 마케팅의 성공사례로 꼽을 만하다.
제로베이스원과 판타지 보이즈, 피프티 피프티가 연 아이돌 5세대가 이후 세대로 이어질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지승훈 기자 hunb@edaily.co.kr